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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사진 한 잔] 흑토 사람들 영하 20도를 훨씬 밑도는 혹한기. 누구라도 아랫목을 벗어나기 힘든 한파에 이 가족은 강가에서 꼬마보다 몸집이 큰 고기를 잡았다. 이들에게 강이 녹기 시작하는 계절은 전통적으로 중요한 어업의 시기다. 철갑상어 같은 큰 물고기들이 얕은 층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다. 흑룡강 주변에서 사는 이들은 소수민족인 허저족(赫哲族, Hezhe) 일원이다.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에서도 5000명 남짓한 희귀 소수민족이다. 분명 사람을 기록했지만 그들을 둘러싼 자연과 노동, 그리고 전통의 결까지 함께 포착한 중국의 사진가, 그가 바로 왕푸춘이다.중국엔 흑토(黑土)라 불리는 검은 땅이 있다. 세계적으로 비옥한 토양 지대, 동북 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이다. 사진가 왕푸춘 역시 북방의 검은 땅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하.. 더보기
[중앙SUNDAY][사진 한 잔] 나는 붉은발슴새 붉은발슴새(flesh-footed shearwater). 나는 바다를 오래 기억하는 새다. 수백 번 파도를 건너고, 열대의 바람을 따라 나는 이 섬으로 돌아온다. 태평양의 작은 섬 로드 하우(Lord Howe Island)는 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딴섬’ 중 하나로 꼽힌다. 에메랄드빛 바다, 깊은 숲, 우리 붉은발슴새들의 세계 최대 군락지. 이곳은 수천 년 동안 내 부모와 또 부모의 부모가 새끼를 키우던 자리였다. 나는 파도 위에 떠 있던 단단하고 반짝이던 그 조각들이 먹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먹이가 아니었다. 내 새끼의 작은 배는 금세 찼지만 끝내 소화되지 않았다. 때론 날카로운 조각이 위장을 긁고, 독성은 장기를 파괴했다. 내 아기 새는 이렇게 영양실조로 서서히 죽어갔다.해양 쓰레기 작.. 더보기
[매일신문] 젊은 사진가 10명이 마주한, '삶의 길'의 다양한 풍경 젊은사진가협회 고투(GOTO) 기획전 '내가 서있는 길'11월 22일부터 12월 6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젊은사진가협회 고투(GOTO)의 세 번째 기획전 '내가 서있는 길'이 오는 22일부터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69 5층)에서 열린다. 젊은사진가협회 고투(GOTO)는 청년 작가들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하며 국내 예술문화의 확장을 지향하는 단체다.이번 전시에는 조이수, 이승준, 김규태, 지수빈, 김예원, 박유나, 박재희, 백승빈, 양세은, 김병욱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해 사진부터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우리 세대에 청년들이 가진 고민들을 다양한 시각을 통해 탐구한다. 청년들이 마주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사유하는 이.. 더보기
[중앙SUNDAY][사진 한 잔] 박제된 시간 프레임이 참 독특하다. 커다란 말 한 마리가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고, 언덕을 따라 모인 마을 사람들이 나머지 절반을 채운다. 그러니 말과 사람 모두가 이 단체 사진의 주인공인 셈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여섯째로 인구가 많은 소수민족, 이족(彝族)이다.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농업과 목축을 병행해온 이들에게 말은 단순한 짐승이나 이동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이자 문화적 자산이었다. 중국 쓰촨성 남부 대량산에 위치한 이족 자치주. 사진가 리판(李泛)은 근대화의 속도와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는 이곳의 시간을 사진으로 박제했다.1990년대 중반, 중국 서부의 개발이 본격화되며 산업화의 속도가 산맥을 넘을 때, 리판은 그 속도를 거슬러 소수민족들에게로 향했다. 1996년부터 그는 자신이 사는 산시성에서부터 간쑤·닝샤.. 더보기
[매일신문] 고요한 자작의 숲 속으로 침잠하다…사진가 이만우 개인전 15년 간 자작나무 천착…30여 점 신작 전시11월 1~16일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사진가 이만우가 오롯이 자작나무에 천착해온 15년의 여정을 담아 두 번째 개인전 '자작: 침잠의 숲'을 11월 1일부터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약 30여 점의 신작과 더불어 영상 작업까지 함께 공개되며, 관객을 빛과 고요, 숲의 호흡이 교차하는 몽환의 공간으로 이끈다. 작가는 2022년 첫 개인전 이후 더욱 단단해진 태도로 작업을 이어왔다. 강원도, 몽골, 내몽골, 시베리아 등지에서 고독한 현장을 마주하며 자작과의 교감을 쌓았다. 혹독한 자연 앞에서 기다림을 선택하고, 빛과의 대화를 통해 완벽한 순간을 붙잡은 그의 작업은 단순한 풍경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맺는 .. 더보기
[중앙SUNDAY][사진 한 잔] 벌거벗은 산 1979년, 브라질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한 소년이 강가에서 금덩이 하나를 주웠다. 그 소식이 알려지고 몇 달 만에 수만 명의 남자들이 이른바 ‘황금의 언덕’으로 몰려들었다. 금빛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은 맨손으로 흙을 퍼 올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사다리를 개미 떼처럼 오르내렸다. 그곳은 곧 세라 펠라다(Serra Pelada), ‘벌거벗은 산’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구덩이로 변했다. 삶과 꿈이 뒤엉킨 이 세계 최대의 금광은 가장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욕망의 현장이었다. 세바스티앙 살가도는 흑백 필름 한 통을 들고 그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깊이 약 200m, 폭은 무려 400m에 달하는 거대한 구덩이. 살가도는 1986년, 그 구덩이의 가장 밑바닥에 섰다. 살가도는 그 순간을 “그 광산을 보는 순간.. 더보기
[중앙SUNDAY] [사진 한 잔] Evolution 마치 X-레이 필름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빛에 드러난 말의 골격이 어둠을 가르며 질주하고, 그 위에 올라탄 인간의 골격이 같은 리듬으로 몸을 낮춘다. 정지된 이미지지만 그 속에는 속도와 생명, 그리고 에너지가 흐른다. 검은 배경 앞에서 말과 사람의 뼈대를 조각처럼 신비롭게 드러낸 이는 벨기에 출신의 사진가 패트릭 그리에스다. 그의 사진집 ‘Evolution’에는 수십억 년의 진화를 품은 척추동물의 골격 250여 점이 담겨 있다. 책에 담긴 그의 예술적 오브제들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이 프로젝트는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중반, 대규모 사진 프로젝트를 마친 직후 새로운 주제를 찾고 있던 그리에스에게 흥미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박물관의 골격을 촬영해 진화를 시각화하자’. .. 더보기
[대구신문]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세계적인 사진가 닉 브랜트 ‘The Day May Break(생존의 나날)’전 개최 11월 25일까지.기후 환경 위기를 주제로 한 사진 전시 닉 브랜트 작 'The Day May Breake'.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기후 파괴의 책임은 선진국이지만, 직격탄은 맞는 곳은 환경 오염원인 탄소 배출량은 매우 적은 후진국들이다. 극심한 가뭄이나 심각한 강수량은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사진전 ‘The Day May Break(생존의 나날)’을 열고 있는 세계적인 사진가 닉 브랜트(Nick Brandt)은 기후환경 위기를 사진의 주제로 다룬다. 그는 남아프리카 집바브웨와 케냐, 남아메리카 볼리피아, 오세아니아 피지 등의 심각한 기후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을 찍는다. 닉 브랜트 작 'The Day May Breake'.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전시작은.. 더보기
[중앙SUNDAY] [사진 한 잔] 어린 마후트와 코끼리 나무 위에서 쪽잠을 자는 소년, 그 곁에 코끼리가 조용히 서 있다. 거대한 몸집은 코끼리의 힘을 드러내지만, 자세와 눈길은 소년의 단잠을 지켜주는 듯 다정하기만 하다. 소년의 직업은 코끼리를 다루고 돌보는 마후트(Mahout). 수천 년 전 왕실 의식과 종교 행사, 혹은 벌목 현장에서 코끼리를 관리하던 전문직이었지만, 오늘날 마후트는 주로 구조된 코끼리를 보호구역에서 평생 돌보는 동반자의 역할을 한다.태국 치앙마이의 한 보호구역에서 이들을 담은 이는 동시대 전설적인 사진가로 불리는 스티브 맥커리다. 20세기 사진계의 모나리자로 불리며, 전 세계 시각문화의 상징이 된 초록빛 눈동자의 아프간 소녀를 담았던 그 사진가다. 어느 날 그는 아카이브를 정리하던 중 자신이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방.. 더보기
[경북일보]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이만우 사진전 '자작: 침잠의 숲' 11월 개막 강원·몽골·시베리아 등 15년간 담은 자작나무의 기록과 성찰 전시30여 점 신작·영상 공개…“자연은 곧 나를 비추는 거울” 대구사진비엔날레 10주년을 맞아 도시 전체가 사진예술로 물드는 가운데, 아트스페이스 루모스(ArtSpace LUMOS, 대구 남구 이천로 139)가 지역 사진가의 집요한 탐구를 담은 특별 전시를 선보인다.오는 11월 1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이만우 개인전 ‘자작: 침잠의 숲’은 자작나무를 향한 15년의 기록과 성찰을 집약한 자리다.이만우는 2022년 첫 개인전 이후, 강원도와 몽골, 내몽골, 시베리아 등 자작의 숲을 찾아다니며 렌즈를 들이밀었다. 기록이라기보다는 교감에 가깝다. 혹독한 기후와 고독한 기다림 속에서 붙잡은 장면은 단순한 풍경 사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비.. 더보기
[중앙SUNDAY] [사진 한 잔] 발레니스크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서 펼쳐지는 무대. 의자에 마주 앉은 두 인물은 마네킹 같은 얼굴, 그림으로 된 몸을 지니고 있다. 둘 사이의 균형을 흔들 듯 그사이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창문 너머에는 알 수 없는 괴이한 형체가 방안을 들여다본다. 의자와 인물, 창문까지 딱 맞춰 재단한 듯 질서정연한 구도지만 그 안정감 속엔 오히려 낯선 긴장이랄까, 불안이 스멀댄다. 사진가 로저 발렌은 50여 년에 걸쳐 자신만의 독창적 미학으로 완성한 작업을 발레니스크(Ballenesque)라 부른다.뉴욕에서 태어난 발렌은 매그넘(Magnum·보도사진작가 그룹)에서 근무한 어머니 덕분에 사진예술 속에서 성장한다.하지만 1980년대 초, 인종분리와 불평등, 불안과 긴장이 여전히 뒤엉켜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하면서 사진적 .. 더보기
[매일신문] [김도훈 기자의 한 페이지] 카메라 내려놓고 전시 기획자로 20년…석재현 사진가 "사진가·기획자 간 내적 갈등…허전함 달래려 카메라 새로 장만"2006년 대구국제사진비엔날레…공동기획 계기로 전시 기획 시작튀르키예서 선보인 'ON KOREA'…해외 사진 행사 강연·리뷰어 활동"연구와 교육·작가 지원 플랫폼 대구에 전문 기관 하나 있었으면" 아프리카 케냐의 이름 모를 황무지. 중년의 한 원주민 남성이 아내로 보이는 여성의 무릎을 베고 슬픈 표정을 한 채 힘없이 누워 있다. 바로 뒤엔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가 정면을 응시하고 서있다. 첫인상은 몽환적이고 아름답지만, 깊이 들여다볼수록 뭔가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기후 변화로 보금자리를 잃은 난민과 서식지를 잃은 동물의 모습을 함께 담은 사진가 닉 브랜트의 작품이다. 대구 남구 이천동 사진전문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선 지난 2일부터 닉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