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석재현의 사진 귀 기울이기] 침묵의 소리
병, 2018, Archival Pigment Print, 100x80㎝ 벽도 바닥도 드러나지 않는 회색의 공간. 그 위에 무채색의 토기들이 놓여 있다. 유물 복원가가 원형을 상상하며 조심스럽게 이어 붙였지만, 이들의 그림자는 여전히 미완의 형태를 길게 드리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지고 갈라진 틈 사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는 오히려 어떤 아름다움이 떠오른다.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을 머금은 이들은 한때 우리 선조들의 삶 가까이에 머물렀던 존재였고, 오랜 시간을 땅속에서 견딘 끝에 이제야 밝은 빛 아래 놓여 있다. 석굴암과 불국사, 첨성대와 왕릉, 그리고 남산까지,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보석처럼 빛나는 고장 경주.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머무는 곳마다 왕조의 찬란한 유물들이 스며 있는 그곳에서 태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