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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일보] 배진희 사진전 ‘The Decade’, 관계와 시간의 지도를 펼치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내년 1월 15일부터 진행
20년 기록한 ‘What a Wonderful Day!’ 연작 공개

▲ [루모스] 배진희 사진전 The Decade The map that leads to us _ 포스터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빛이 되는 공간 ArtSpace LUMOS(아트스페이스 루모스)가 내년 1월, 사진가 배진희의 개인전 ‘The Decade : The map that leads to us’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26년 1월 15일부터 2월 11일까지 진행되며, 1월 16일 오후 5시에는 전시 오프닝 행사가 열린다.

△20년에 걸친 기록, 관계와 시간의 지도

배진희의 개인전 ‘The Decade : The map that leads to us’는 약 20년에 걸쳐 이어져 온 장기 프로젝트 ‘What a Wonderful Day!’ 연작을 기반으로 한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재구성되는지를 탐구해 왔다.

이 작업은 2000년대 초반, 작가가 영국 런던에 체류하던 시기에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했다. 타지에서 형성된 관계와 정체성은 각자가 고향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이어졌고, 10년 후 다시 그들의 현재를 기록한 ‘What a Wonderful Day! After 10 Years’로 확장됐다. 또 다른 10년이 흐른 지금, 이 기억들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속에서 다시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만나지 못한 관계까지 포괄하는 기록

이 여정의 연장선에서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What a Wonderful Day! Echoes of Another Decade’는, 지난 작업에서 끝내 만나지 못한 친구들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였다. 특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일본 친구들의 고향에서 전시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관계의 부재와 미완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며 다음 여정을 예비하는 전환점으로 기능했다.

이번 한국 전시는 이러한 흐름 위에서 구성된다. 작가는 더 이상 이동하며 누군가를 찾아가는 위치에 서기보다, 각자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을 지닌 채 현재에 도착하는 장면을 관찰한다. 만난 관계뿐 아니라 끝내 만나지 못한 관계 역시 작업의 일부로 남아 있으며, 이 미완의 상태 자체가 전시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된다.

△이미지가 되는 ‘지도’, 관객의 여정으로 확장되다

이번 전시에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연결하는 하나의 지도처럼 기능한다. 이미지는 과거를 고정하지 않고, 현재의 관계를 다시 배열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이로써 전시는 작가 개인의 서사를 넘어, 각자의 기억과 시간을 지닌 관객 또한 이 지도 위에 잠시 머물며 자신만의 경로를 겹쳐볼 수 있는 하나의 여정으로 확장된다. 이는 긴 여정의 결론이라기보다, 또 다른 방향을 예비하는 시점으로 남는다.

배진희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한 뒤 영국 Goldsmiths College에서 MA Media & Image 과정을 Distinction Grade로 졸업했다.

런던 유학 시절의 경험은 이후 장기 프로젝트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으며 작가는 뉴욕, 런던, 도쿄, 피렌체, 방콕 등 여러 도시에서 개인전을 열며 시간과 관계를 장기적 시점에서 다루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경북일보 2025.12.15. 월요일 15면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