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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대구신문]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배진희 개인전…타지 체류 시기 일상과 10년 후 모습의 관계는~

내년 1월 15일~2월 11일
런던 유학 때 친구 기록서 출발
20여년 지속된 장기 프로젝트
긴 여정은 결론 아닌 준비 시점
관객도 자신의 경로 겹쳐 보길

배진희 작
 

배진희 개인전 ‘The Decade : The map that leads to us’가 내년 1월 15일부터 2월 11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20여년에 걸쳐 지속되어 온 작가의 장기 프로젝트 ‘What a Wonderful Day!’ 연작을 기반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재구성되는지를 사진을 통해 탐구한다.

 

이번 연작은 2000년대 초반 작가가 영국 런던에 체류하던 시기에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과의 일상 기록에서 출발했다. 타지에서 형성된 관계와 정체성은 각자가 고향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이어졌고, 10년 후 다시 그들의 현재를 기록한 ‘What a Wonderful Day! After 10 Years’로 확장됐다. 이후 또 다른 10년이 흐른 지금, 이 기억들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속에서 다시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여정의 연장선에서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What a Wonderful Day! Echoes of Another Decade’는 지난 작업에서 끝내 만나지 못한 친구들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로 특히 그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일본 친구들의 고향에서 진행한 것이 가장 큰 의의다. 이는 관계의 부재와 미완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며 다음 여정을 예비하는 자리로 기능했다.

배진희는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한 뒤 영국 Goldsmiths College에서 MA Media & Image 과정을 Distinction Grade로 졸업했으며, 런던 유학 시절의 경험은 이후 장기 프로젝트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작가는 뉴욕, 런던, 도쿄, 피렌체, 방콕 등 여러 도시에서 개인전을 열며, 장기적인 시점에서 관계와 시간을 다루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한국 전시는 이러한 흐름 위에서 구성된다. 작가는 더 이상 이동하는 위치에 서기보다, 각자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을 지닌 채 현재에 도착하는 장면을 관찰하고 싶어졌다. 만난 관계뿐 아니라 끝내 만나지 못한 관계 역시 작업의 일부로 남아 있는 이러한 미완의 상태를 포함한 채 진행하고자 했다. 여기서 모든 이미지들은 이 과정에서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연결하는 하나의 지도처럼 기능한다. 이미지는 과거를 고정하지 않고, 현재의 관계를 다시 배열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따라서 이 전시가 작가 개인의 서사를 넘어 각자의 기억과 시간을 가진 관객들 또한 이 지도 위에 잠시 머물며 자신만의 경로를 겹쳐볼 수 있는 하나의 여정으로 확장된다면, 긴 여정의 결론이 아니라 또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의 시점으로 남을 것이다.

한편 전시 개막식은 내년 1월 16일 오후 5시에 열린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대구신문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