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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신문] 피오트르 즈비에르스키, 대구·서울서 ‘견고한 미로’ 펼친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해외작가 기획전…8월 28일 개막
20여 년 사진작업 통해 기억·시간·감정의 교차점 조명

 

▲ Piotr Zbierski, Untitled from Solid Maze exhibition #11, 2015, 사진=루모스

 

폴란드 사진가 피오트르 즈비에르스키(Piotr Zbierski)가 지난 20여 년간 이어온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개인전 《Solid Maze: 견고한 미로》가 대구와 서울에서 잇따라 열린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는 해외작가 기획전의 하나로 오는 28일부터 10월 24일까지 대구에서 즈비에르스키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전시는 이후 서울로 자리를 옮겨 11월 3일부터 21일까지 스페이스22에서 이어진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기억과 시간, 감정이 놓여 있다. 특정한 사건이나 하나의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의 층위가 얽히고 갈라지는 과정을 ‘미로’와 같은 사진적 공간으로 풀어낸다.

 

작업의 출발점은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시선은 인간 존재와 세계를 향한다. 현실에서 포착한 장면과 내면의 감각을 한데 엮으면서, 사진 속에 스며든 감정과 시간의 흔적을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다시 들여다보도록 이끈다.

 

즈비에르스키는 지난해 프랑스 아를 사진 축제에서 《Solid Maze》를 선보였으며, 올해는 일본 교토그라피(KYOTOGRAPHIE) KG+ Select에 참여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가 최근 아시아까지 전시 무대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한국 전시가 주목된다.

 

2025년 아를 사진 축제에서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쿠바 슈쿠들라레크(Kuba Szkudlarek)는 즈비에르스키의 작품세계를 여러 갈래의 길과 빈터가 이어지는 공간에 비유했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하거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시간과 감정이 교차하는 공간을 열어두고 관람자가 그 안에 머물도록 한다는 평가다.

 

즈비에르스키는 폴란드 우치국립영화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2021년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 사진계에 이름을 알린 계기는 2012년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뉴커머 어워드(Leica Oskar Barnack Newcomer Award) 수상이었다.

 

이후 아를 사진 축제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해왔으며, 작품은 일본 기요사토 사진 미술관(KMOPA)과 스위스 포토 엘리제(Musée de l'Élysée) 등에 소장돼 있다.

 

대구 전시 개막일인 28일 오후 5시에는 작가 즈비에르스키와 공동기획자 빅토리아 미하우키에비치(Wiktoria Michałkiewicz)가 직접 현장을 찾는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작가와 기획자가 바라본 《Solid Maze》의 의미와 작업 과정을 함께 들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을 하나의 기록으로만 바라보기보다 기억과 감정, 시간이 축적되는 공간으로 경험하게 한다.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이미지 사이를 관람자가 스스로 이동하면서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 《견고한 미로》가 건네는 또 하나의 질문이다.


강갑회 기자 kkhjm21@naver.com

유교신문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