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장의 사진 속에 아이들은 없다. 그럼에도 사진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위 사진은 첫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부모다. 가장 완벽하게 아기를 맞이하기 위해 채워진 공간. 아래 사진은 훌쩍 자라 집을 떠난 아이들의 방을 배경으로 선 부모다. 손때 묻은 물건들은 언제든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을 전제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18일 후에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15개월 전에 독립한 아이들을 기다리는 이곳은 가족이라는 ‘둥지’다.
아래 사진 속 인물은 캐나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국 사진가 도나 슈워츠다. 그녀는 10여 년간 ‘On the Nest’ 작업을 통해 아이의 탄생과 독립 사이에서 부모가 겪는 시간을 기록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보다는 짜증과 피로에서 시작됐다. 엄마이자 새엄마로서 여섯 아이와 함께하는 그녀의 일상은 벅차기만 했다. 하루가 시작되면 모두가 서로 다른 요구와 필요를 쏟아냈고, 그녀가 해야 할 역할의 범위는 끝없이 넓어졌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평온해지겠지. 그렇게 ‘빈 둥지’의 평온을 갈망하던 슈워츠는 어른들이 겪는 전환의 순간을 기록하기로 한다. 빈 둥지는 정말 평온하고 이상적인 시간일까. 행복하게 미래를 그려보는 일은 뜻밖에도 과거의 기억을 소환했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밥 먹을 시간도 없던 대학원생 시절 아기 침대에 페인트를 칠하고, 재봉틀로 아기 이불을 만들며 얼마나 숭고하게 둥지를 채워 갔는지.
첫 아이의 탄생, 그리고 양육에서 벗어나는 시점. ‘On the Nest’는 부모 삶의 두 전환의 순간을 다룬다. 아이들의 도착을 기다리면서도, 곧 밀려올 피로를 예감하는 것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현관 문턱을 넘는 순간, 집 안의 고요는 순식간에 소란으로 바뀐다. 하지만 그 소란 역시 언제나 빠르게 막을 내린다. 남편은 이 평온한 빈 둥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녀 역시 한때 이 순간을 기다렸다. 좁은 공간을 담기 위해 사용한 광각 렌즈가 방의 구조를 미세하게 뒤틀어 놓았다. 빈 둥지를 마주한 부모의 시간처럼.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는지, 아이들은 이제 어느 둥지에 머물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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