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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일보] 조선희 사진전 ‘프로즌 가제(Frozen Gaze):잉여의 시간’…보존과 소멸의 역설

6월6일까지,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얼음 속에 박제된 새의 사체. 어떤 건 머리가 꺾여 있고, 어떤 건 마치 칼라 X-RAY에 찍힌듯 내장과 뼈가 드러나 보이는듯 하다. 또 어떤 건 이미지가 흐릿해 숨이 붙어 있을 때 작은 피사체가 새였음을 알아 내기도 힘들다.

사진작가 조선희가 대구 사진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지난 8일부터 시작한 개인전 ‘프로즌 가제(Frozen Gaze):잉여의 시간’ 에서 선보이고 있는 연작 시리즈 작품들이다.

 

섬뜩하고 처참하다. 기묘하다고 할까, 아니 기괴하다고 하는 편이 더 적확하다.전시명도 평범하지가 않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얼어붙은 응시’쯤이 될 법하다. ‘뚫어지게 보는 행위’(응시)가 얼어붙었다는 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건지, “정지됐다”는 건지…역시 기이한 제목이다. 솔직히 불편하다. 그런데 이들 연작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샆은 걸까?

 

 

어쨌거나 작가의 작업의 핵심은 ‘얼리는 행위’이다. 얼음은 다른 대상물을 일시적으로 보존하면서 부패와 소멸을 지연시키는 매개로 작동한다. ‘얼음 속 새의 사체를 박제하는 행위'는 그래서 붕괴와 사라짐의 과정을 붙잡는 것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 물이 얼어가는 과정도 한가지 층위로 진행되지 않는다. 균열과 기포 등 다양하고 예측불허의 변화가 대상과 결합해, 여러 층위를 형성한다. 그 결과 대상은 정지된듯 보이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에 놓인다.반면 해빙 과정에서는 다시 흐트러지고 붕괴되며, 이미지는 고정과 해체 사이를 오가는 상태를 드러낸다. 보존과 소멸, 고정과 붕괴가 동시적이라는 탈상식적인 해석에 방점을 둔다. 시간의 역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 역시도 찰나적인 순간이다. 시간의 풍화 작용을 거슬릴 수 있는 피조물은 없는 법. 얼음 속에 갇힌 새의 사체도 결국에는 소멸돼 사리지고 말 것 아닌가?

 

 

이번 전시에 나온 ‘프로즌 가제(Frozen Gaze)'' 연작은 작가가 죽은 새와 얼음, 한지 같은 재료를 얼리거나 녹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균열과 번짐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내 사라져가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 작품들이다. 수년 전 작가의 작업실 앞에서 마주한 참새의 사체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시작한 연작 시리즈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얼음 속에 갇힌 새의 사체는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작가의 감정을 은유하고 있는 듯하다.

 

 

전시는 6월 6일까지.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대구일보 2025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