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1일~3월28일,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삶과 죽음’은 태고 이래 인간에게 던져진 철학적 화두이다. 정답이 어떻든간에 영원이라는 시간 범주에서 보면 구분없는 하나이면서도 또 둘이다. 그 두 단어들 사이에 있는 경계라는 것 역시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그래서 순간이고 찰나이다. 사진작가 주재범은 바로 이 생명과 죽음의 경계야말로 존재를 가장 잘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시들어 생명을 다한 식물의 가지와 꽃, 꽃잎을 촬영하며, 사라짐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 생성되는 고유한 형태와 리듬에 주목하고 있다.

생명이 소멸한 이후에 드러나는 식물의 형상을 통해, 존재가 어떻게 감각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재범의 사진전 ‘존재의 형태 Shape of Being’가 21일부터 대구의 사진전문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린다. 흑백의 이미지가 던지는 ‘생과 사’, ‘존재와 부재’의 ‘묵직한’ 문제를 생각해 보게하는 전시다.

그는 ‘존재의 형태’ 프로젝트를 생명이 빠져나간 나무의 가지나 꽃, 또는 꽃잎을 환한 조명 아래서 흑백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시작했다. 물기가 쪽 빠진 식물들은 마치 미라처럼 생명이 빠져나간 허물이나 껍질처럼 보인다. 생명의 흔적이라 시간이 지나면 썪어 흙이나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데, 작가는 채집한 표본처럼 인위적으로 처리해,그 식물의 형태를 유지시킨 뒤 흑백 사진으로 찍었다. 그렇게 한지로 출력된 사진 속의 나무 가지나 꽃잎들은 마치 수묵화처럼 보인다. 그것들은 사물처럼 보이면서도 여전히 생명의 흔적을 품고 있어, 애잔하면서도 서늘한 인상을 남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사진 속의 시들어가는 나무가지와 꽃잎들은 촬영할 때, 그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때 우리가 그 대상을 보고 있는 지점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내가 사진을 보고 있을 때는 그 대상의 부재만 드러낼 뿐이다. 존재는 부재로 바뀌고,반대로 부재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율배반적 순간이 작가에게 ‘존재의 형태’로 와닿는것이다. “시들어 번린 식물들은 소멸되기 전 비로소 자신의 형태를 드러내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가장 찬란한 존재의 순간이다.

작가는 흑과 백의 간결한 대비를 통해 이러한 긴장을 시각적으로 압축한다. 검정으로 표현된 피사체는 넓은 흰 여백 속에서 또렷하게 부각되며 새 샘명력을 부여받고 있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송태섭 기자 tss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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