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본다. 하지만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거울 속 얼굴은 사라진다. 그런데 거울 밖 현실에 나와 똑같은 얼굴이 있다면? 나와 같은 얼굴, 목소리만 조금 다른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중국 윈난성 모장(墨江)은 ‘쌍둥이의 고장’으로 불린다. 북회귀선이 지나 ‘태양이 몸을 돌리는 곳’이라는 별칭을 가진, 중국 유일의 하니족 자치현으로 약 28만 명 인구 중 1200여 쌍의 쌍둥이가 살고 있다. 쌍둥이 출생률이 세계 평균보다 4배 이상 높다.
펑샹지에는 원래 항공기 제조공장 직원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마케팅 부서에서 사진을 담당하게 되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게 된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사회의 가장자리를 향했다. 왜소증 배우들이 살아가는 테마파크, 떠돌이 서커스 단원들, 코스프레 문화, 그리고 성소수자 공동체까지. 쉽게 잊히거나 쉽사리 보이지 않는 대상들을 묵묵히 기록했다. 그에게 사진은 이념을 넘어 문화를 이어 주고, 편견에 맞서 서로를 이해하는 강력한 언어가 되었다.
북회귀선 때문일까. 쌍둥이 우물의 물을 마셔서일까. 아니면 유전적인 이유일까. 수많은 추측이 이어졌지만, 아무도 모장에 쌍둥이가 많은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모장에서는 매년 5월 국제 쌍둥이 축제가 열린다. 지난 20여 년간 1만8000쌍 넘는 쌍둥이가 다녀갔다. 그곳에서 펑샹지에는 현지 쌍둥이들을 한 쌍씩 초대했다. 한눈에 드러나는 닮음과 그 뒤에 숨겨진 미묘한 차이. 놀랍도록 닮았으면서도 끝내 같지 않은 얼굴.
사진을 다시 보자. 비슷한 옷차림과 자세를 취한 하니족 여인들. 1970년대에 생산한 중형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에는 윈난 고원의 빛과 함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젤라틴 실버 프린트 특유의 깊은 계조는 두 사람의 얼굴에 오랜 시간의 무게를 더한다. 쌍둥이에게 개인의 고유함이란 무엇이며, 같은 얼굴을 가진 두 사람은 어떻게 각자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걸까. 이들에게 쌍둥이라는 거울은 평생 곁을 떠나지 않는 존재다. 펑샹지에는 서로를 비추는 그 특별한 거울 앞에서 닮음 속에 감춰진 서로 다른 얼굴을 담아냈다. 결국 사진이 기록한 것은 닮은 얼굴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가장 오래 비추어 온 두 사람의 시간이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
'Pr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매일신문] 사진가 이재갑이 처음 선보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의 기록 (0) | 2026.08.05 |
|---|---|
| [중앙일보] 공적 기록의 사적 재해석, 이재갑 사진전 ‘모서리-CORNER’[포토타임] (0) | 2026.08.05 |
| [유교신문] 사진가 이재갑 개인전 ‘모서리’…30년 사진 작업 속 사유와 성찰 (0) | 2026.08.05 |
| [중앙SUNDAY] [사진 한 잔] 메콩강에서 (0) | 2026.08.05 |
| [영남일보] [석재현의 사진 귀 기울이기] 나무, 살아내다 (0) | 2026.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