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눗방울 너머 거대한 호텔이 서 있다. 강변의 사람들은 저마다 즐거운 표정이다. 커다란 비눗방울을 바라보는 아이의 진지한 표정만 제외하면 모두가 여유롭다.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여섯 개 나라를 지나며 흐르는 메콩강. 사진가는 이 강에 대해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날에도 결코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놀랍게도 그는 꼬박 3년 동안 매일 같은 시간, 200m 반경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한 방향만 바라보며 셔터를 눌렀다.
파리에서 태어난 그렉 모(Greg Mo)는 프놈펜을 주 활동 무대로 삼는 사진가다. 늦은 오후 강변 산책로를 찾는 것은 그의 일상이었다. 외국인인 그의 눈에 이곳은 꿈속 풍경처럼 다가오다가도 어느새 현실과 맞닥뜨리게 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사진을 찍던 2022년 10월의 어느 날, 그는 사진들이 서로에게 응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마치 강변에서 수천 개의 장면이 끝없이 피어나는 것처럼. 메콩강을 향한 그의 기록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렉 모의 ‘By the Mekong’ 시리즈는 매 순간 달라지는 메콩강의 표정을 기록한 작업이다. 처음에는 자신도 무엇을 찾는지 확신이 없었다. 단지 장소가 스스로 드러나길 기다릴 뿐이었다. 6만 장의 사진을 담는 동안 왜 촬영 장소를 반경 200m로 한정했을까. 하지만 이는 오히려 그에게 창조적인 도구가 되었다.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나는 대신 같은 장소를 반복해 걸음으로써 세계가 얼마나 끊임없이 변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 속 홀로 서 있는 소카 호텔은 프놈펜의 급속한 도시 개발을 상징한다. 이 호텔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토템, 즉 반복해서 등장하며 작품 전체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달리는 아이와 솜사탕을 파는 노점상, 신들과 메콩강에 바치는 꽃들, 새를 날려 보내는 종교의식까지. 3년 동안 메콩강은 매일 다른 얼굴을 드러냈고, 그렉 모는 그 안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놓인 순간들을 포착했다. ‘By the Mekong’은 그렉 모 자신의 삶을 비추는 기록이자, 제2의 고향이 된 캄보디아를 향한 조용한 러브레터가 되었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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