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진가” 로저 발렌 Roger Ballen 국내 첫 개인전
내면의 심연을 탐험하는 사진예술의 거장, 로저 발렌의 대규모 개인전 <MINDSCAPE>가 대구에서 열립니다.
수성아트피아의 3번째 기획전으로 준비된 이번 전시는 국내 최대 사진 축제인 대구사진비엔날레와 나란히 펼쳐지며 사진의 메카, 대구를 빛낼 예정입니다.
9월 4일부터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 Spirits and Spaces(영혼의 무대)를 포함, 총 4개의 시리즈를 감상하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번 전시는 수성아트피아와 협업으로 기획할 수 있었고, 열린 마음으로 기회를 마련해주신 박동용 관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기획 전반에서 든든히 지원해주신 강두용 부장님, 열정적으로 협업해주신 김채윤 과장님, 그리고 모든 스탭 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전시 공간 디자인에는 건축가이자 사진가 윤승준 선생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초기 구상 단계부터 함께하며 전시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공간 구획과 설치 방법을 제안해 주셨고, 직접 대구 현장에서 3일간 감독과 시공까지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 세심한 손길 덕분에 이번 전시의 공간적 울림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 로저 발렌을 처음 소개할 기회는 작년 부산국제사진제를 통해 있었습니다. 지금도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국제적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계신 부산국제사진제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세계를 무대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신작을 보내주시고 대구 전시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주신 로저 발렌 작가에게 가장 큰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9월 18일 오후 2시 30분에는 로저 발렌과의 온라인 라이브 마스터 토크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알트홀 소극장에서 동시 동역으로 진행됩니다. 좌석 제한으로 선착순 신청 50분만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그 외 연계 프로그램으로 세종대학교 이건수 교수님, 온빛다큐멘터리 김성민 회장님, 그리고 경북대학교 소아정신과 정운선 교수님께서 로저 발렌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수성아트피아 홈페이지에서 접수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마스터토크 신청 링크
https://form.naver.com/response/GUlSimQAhFiK6pjOz_x7Pg
아트 살롱 신청 링크
https://form.naver.com/response/gWwmPT7YoMVQLSdSFxmppw
‘연예인들의 연예인’이 있듯, 사진계에도 ‘사진가들의 사진가’가 있다. 바로 로저 발렌(Roger Ballen, 1950년생)이다. 그는 동시대 사진예술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뉴욕에서 태어난 발렌은 어린 시절부터 사진의 숨결 속에서 자라났다. 매그넘 포토스에서 근무했던 어머니 덕분에 집 안은 늘 사진 작품들로 가득했고, 그는 자연스럽게 시각예술의 언어를 체득했다.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받은 카메라를 손에 쥔 순간, 사진은 곧 삶의 영감과 목적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초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이주한 그는 창작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인물들의 시선, 세월의 자취, 낡은 건물의 외벽- 처음에는 시간의 무게를 품은 소도시와 주변부를 다큐멘터리적으로 기록했지만 1990년대 이후, 그는 연출과 상징, 심리적 은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관을 만들어 갔다.
당시 요하네스버그의 상황은 인종적 분리와 불평등, 불안과 긴장이 뒤엉켜 있었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여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정책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발렌은 그곳에서 자신은 ‘인사이더이자 아웃사이더’라고 규정한다. 교육을 잘 받고, 사진 및 미술계의 맥락을 잘 이해하는 그였지만, 집을 나서 불과 몇 분 만에 질서는 혼돈으로, 규칙은 붕괴로, 조직은 전복으로 뒤집히는 세계와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만난 인물과 공간은 그의 사진을 단순한 기록 대신 사회의 주변부와 인간 내면의 심리적 층위를 드러내는 언어로 확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의 미학적 정수를 담은 독창적 스타일, ‘발레니스크(Ballenesque)’다.
‘발레니스크’는 현실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심리적 무대다. 낡은 벽과 낙서, 기묘한 인물과 동물- 모든 요소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으며 유기적으로 ‘완벽히’ 결합되어 있다.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힘이 바로 그것에서 비롯된다. 발렌은 사진 속 인물들을 ‘아르 브뤼 (Art Brut) 피사체’라 부른다. 노숙인, 빈민, 정신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 전통적인 초상처럼 미화되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인간성을 지닌 이들은 무의식적이고 원초적인 표현력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 <MINDSCAPE>는 네 개의 주요 시리즈와 세 편의 영상 작업으로 구성되며, 서로 다른 시기와 형식을 통해 확장되어 온 발렌의 발레니스크적 무대의 궤적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환영들의 무대 The Theatre of Apparitions〉(2005–2006)은 버려진 여성 교도소 창문에서 시작되었다. 발렌은 유리에 검은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린 뒤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며 빛이 스며드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때 창문은 극장의 무대처럼 변모하고,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형상은 집단 무의식의 심리극을 연상시킨다. 폐허 속에서 떠오른 환영들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무대이자, 무의식의 원형적 이미지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새들의 수용소 Asylum of the Birds〉(2008–2013)는 요하네스버그 교외의 임시 거주 공간에서 촬영되었다. 난민과 빈곤층, 정신적 불안정에 놓인 사람들이 새와 함께 살아가는 장면은 현실과 환상이 대비되는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발렌은 이를 ‘다큐멘터리적 허구’라 부르며, 사회적 소외와 인간 본성의 불안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했다. 작품 속 새들은 신화 속 존재로 하늘과 땅을 이어 주며, 자유와 불안을 동시에 상징한다.
〈로저, 혼돈의 쥐 Roger the Rat〉(2015–2020)는 쥐 머리를 쓴 인간 캐릭터를 통해 문명에서 밀려난 존재, 사회적 주변인, 인간 본성의 욕망을 은유한다. 가면과 무대 세트로 구성된 장면은 블랙코미디처럼 기묘하고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섬뜩한 불안을 자아낸다. 희극과 비극, 익살과 공포가 교차하는 순간, 관객은 쥐 인간의 형상 속에서 자기 내면의 불편한 자화상을 마주하게 된다.
<영혼의 무대 Spirits and Space〉(2016~)는 발렌이 처음으로 시도한 컬러 작업이다. 이는 단순한 색채의 변화가 아니라 발레니스크적 무대의 확장이다. 여전히 인간의 무의식을 담고 있지만 ‘흑백 같은 컬러’라 불릴 만큼 절제된 색감이 낡은 벽지와 나무 판자가 만든 공간을 비춘다. 본질적으로 컬러는 현실을 재현한다 여겨지지만 그의 사진은 여전히 꿈처럼 비현실적이며 색채는 무의식의 심연을 더 풍성하게 물들인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매력적인 영상 작업이 세 편이 함께한다. 영상은 그의 사진 세계를 시간성과 움직임으로 확장시키며, 정지된 순간의 긴장을 내러티브와 리듬으로 풀어낸다. 인물과 동물, 낙서와 오브제가 뒤섞인 영상 속 장면들은 심리적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의식과 무의식의 드라마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불안과 희극,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발렌의 세상을 몰입감 입는 경험으로 전한다.
로저 발렌의 미학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과정이 담긴 〈MINDSCAPE〉는 쉽게 읽히는 전시는 아니다.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작품은 때로 불편함을, 때로 정의하기 힘든 기묘함마저 전한다. 그는 작품의 해석을 오롯이 관객에게 맡긴다. 사진이 단 몇 초 안에 잠재의식을 파고들어 자신의 정체성과 마주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아 왔지만,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직접 만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MINDSCAPE〉는 한국 사진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특히 국제사진축제인 대구사진비엔날레 기간에 열려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지역과 세계의 사진 담론을 잇는 특별한 시간. 이번 전시가 발렌의 이미지와의 조우를 넘어, 각자의 내적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으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
예술감독 석재현
Roger the Rat(로저, 혼돈의 쥐)
사회적 규범과 권위를 도전하며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아웃사이더적 시선을 날카롭게 펼친다. 규범을 조롱하고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풍자적 이미지들이 발렌 특유의 기괴함과 결합해 독특한 시각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Spirits and Spaces(영혼의 무대)
이번 전시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컬러 신작으로, 발렌의 전통적 흑백 미학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채로운 색채와 형상이 결합된 새로운 예술적 탐험이다. 공간과 영혼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한 이 작품들은 작가의 미학적 진화와 예술적 확장을 상징한다.
Asylum of the Birds(새들의 수용소)
새와 인간, 폐허와 유령이 공존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존재와 죽음, 기억과 환상의 경계를 섬세하게 탐색한다. 이 시리즈는 내면 심리와 사후세계, 인간의 깊은 무의식을 유령 같은 형상과 초현실적 이미지로 표현해 관객에게 강렬한 심리적 체험을 선사한다.
The Theatre of Apparitions(환영들의 무대)
버려진 여성 교도소 창문에서 시리즈에서 발렌은 유리에 검은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린 뒤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며 빛이 스며드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때 창문은 극장의 무대처럼 변모하고,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형상은 집단 무의식의 심리극을 연상시킨다. 폐허 속에서 떠오른 환영들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무대이자, 무의식의 원형적 이미지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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