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사진 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루모스 3월29일까지 이순희 사진전 'The Sound of Silence' 개최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있더 토기들이 전하는 이야기 눈길
이순희 작
오래된 토기들이 뿜어내는 시간성과 존재성을 사진으로 담아낸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대구지역 사진 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루모스는 오는 29일까지 이순희 사진전 'The Sound of Silence(침묵의 소리)'를 개최한다.
한국사진콘텐츠연구소와 아트스페이스루모스의 '지역작가 시리즈'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 이 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품은 토기들을 흑백사진으로 선보인다.
이 작가의 피사체로 낙점된 토기들은 전국 각지의 유적에서 발굴된 것들로서 복원을 마친 후 촬영한 것들이다.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천 년 동안 땅 속 어둠에 갇혀있었던 토기들이 사진의 주인공이다. 발굴 후에도 여느 유명 유물처럼 세간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작가가 이들에게 투영한 따듯한 시선은 낡고 깨진 토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이순희 작이순희 작 작품 속 토기 상당수는 마치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나 동물처럼 느껴진다. 사람이 등을 돌린 채 꾸부정하게 앉아있는 듯한 모습의 토기, 깨진 구멍의 형태가 마치 사람의 눈·코·입처럼 배치된 토기, 비상하는 새처럼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모습의 깨진 토기 등 평소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유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토기들이 전하는 '침묵의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이 작가는 2003년, 발굴 유물을 처음 마주한 이후 20여 년에 걸쳐 유물의 숨겨진 이야기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들이 전하려는 이야기에 주목해 왔다. 이 작가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낸 뒤 개발에 의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 유물들은 불완전하거나 무수한 잔해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오랜 시간성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물들이 완벽한 형태를 갖추길 바랐기에 이들을 '오랜 시간성을 지닌 존재'로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내가 비추는 빛의 각도에 따라 생긴 유물의 그림자, 토기의 형태 그 자체가 주는 상징성, 그리고 조각들이 주는 착각적 이미지인 잔상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유물들이 들려주는 '침묵의 소리'를 들으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존재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