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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일보] 사진작가 고 김중만, 김대수, 김신욱, 이정록 ‘나무의 공명’ 4인전…19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높은 천고 활용한 140~200호 대작들 공개||도심 속 거리서 발견한 나무 4년 뒤 촬영


▲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의 ‘나무의 공명’ 전에서 이정록 사진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구아영 기자


“‘나무’는 이 시대 큰 상징물이죠. 인간과 비슷하며 생명력을 지녀 예술계에서 늘 대상화돼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사진작가가 나무라는 소재를 제각각 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시입니다.”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129) 대표의 설명이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여러 종류의 나무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쉽게 지나치며 본 나무와는 다른 모습들이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보이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

▲ 김중만


아트스페이스 루모스가 오는 19일까지 고 김중만, 김대수, 김신욱, 이정록 작가의 시선을 담은 ‘나무의 공명’ 전을 개최하고 있다. ‘나무’를 주제로 한 국내 사진작가 40~60대의 시선을 아우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석재현 대표가 기획자로 참여한 벨기에 현지 최대 규모의 사진 행사 제6회 포토브뤼셀 페스티벌의 일환인 주벨기에한국문화원 단체전에서 첫 선을 보인 전시로, 당시 한국 작가 4명을 소개한 전시다. 지역에서는 작품 구성도를 높여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석 대표는 “특별히 이번 전시장에서는 높은 천고를 활용해 140~200호 대작들을 선별해 기존에 보여 주지 않았던 대작들을 위주로 한다”며 “한국 사진계의 큰 별이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영면한 고 김중만 작가의 작품도 한지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크기를 전시한다”고 설명했다.

고 김중만 작가는 도심 속 거리에서 발견한 나무에 집중한다. 쉽게 지나치던 거리에서 누구나가 외로움을 느끼듯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을 느끼며 나와 닮아있는 나무를 포착한 것이다.

특히 2004년 도심 거리를 배회하다 만난 나무지만, 사계절을 몇 번이나 지나치며 달라진 모습이지만 곧게 서 있는 것을 발견한 뒤 4년이 지난 2008년에 찍은 사진 작품들로 구성된다.

또 김중만 작가의 한지에 흑백으로 인쇄된 나무들은 세찬 바람에 흩날리면서 때론 고독과 침묵 속에 우리를 응시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 김대수


김대수 작가는 ‘대나무’에 집중한다. 휘어짐 없이 한결같이 곧은 나무로 우리나라에서 상징성이 짙은 대나무를 찍어내며 오랜세월 뿌리 깊게 전해내려온 동양정신이자 선비정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특히 깊은 밤 달빛에 드러낸 대나무를 비현실적으로 투명한 작품들은 명암이 반전되는 효과를 통해 김 작가만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 이정록

 

▲ 김신욱

 

추운 겨울 ‘감나무’에 시선이 매료된 이정록 사진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앙상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감나무를 마주했지만,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생명의 아우라를 느꼈다고 한다. 이후 표현하기 어려운 나무의 숭고한 느낌을 사진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김신욱 작가가 나무를 포착한 계기는 뜻깊다. 젊은 시절 남북 접경지대에서 야간보초로 근무를 하다 나무에 걸려 넘어졌고, 그는 나무를 사람의 환영으로 착각했다. 그 감각적 기억의 잔상은 계속됐고, 국내뿐 아닌 유럽 전역의 경계지를 쫓아다니며 나무를 담아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The Night Watch’ 시리즈를 작업해오고 있다.

특히 그의 장노출과 라이트 페인팅 기법은 영롱한 작품의 효과를 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둠 속에 펼쳐진 거대한 자연과 어둠과 빛의 경계에 선 나무의 오묘한 모습 등을 담는다.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살기 바빠 둔해진 우리는 시그널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는 나무를 미처 바라보지 못했을 수 있다”며 “가장 진솔한 마음으로 오랜기간 나무와 소통하며 나무의 생명력과 숭고함을 찾아낸 사진작품들을 감상하며 삶의 위안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대구일보 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