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전하는 깊은 울림서 잠시라도 위안을~”
◇김중만
원하는 사진 위해 4년 기다려
◇이정록
앙상한 나뭇가지서 생명력 발견
◇김대수
4군자 중 하나 대나무에 집중
◇김신욱
밤의 숲에 대한 기억 투영 노력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2월 19일까지 열리고 있는 ‘나무의 공명(The Resonance of Trees)’전은 김중만, 김대수, 김신욱, 이정록 등 4명의 사진작가가 나무를 대상으로 풀어낸 자연관과 세계관을 소개하는 전시다. 존재의 굳건함을 위해 끊임없이 뿌리를 내리며 생명력을 키우다 결국 생명을 다하고 산화하는 나무의 여정을 인간의 삶과 개념적인 결합을 시도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설파한다.
◇ 나무의 생명력 표현했던 김중만
전시를 앞둔 지난달 31일 타계한 고(故) 김중만은 한적한 길가에 주목받지 못하던 나무들을 피사체로 했다. 나무의 안식처인 숲이 아닌 도심의 후미진 곳에서 ‘고통’을 견디며 ‘성숙’해 가는 나무의 모습에서 인간의 삶을 발견한다. ‘상처 난 거리’, 그 거리에 우뚝 선 나무들은 상처가 가득하다. 작가는 때로는 자연이, 때로는 사람이 낸 상처가 숨김없이 드러나 있는 나무의 상처에서 외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는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 4년을 묵묵히 나무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무가 그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사진 촬영을 허락할 때까지 끊임없이 나무에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되어갔다. 4년의 시간이 지난 후 마침에 그는 나무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그의 나무 작업은 10여년간 지속됐다.
한국의 전통 한지에 흑백으로 인쇄된 그가 담아낸 나무들은 세찬 바람에 흩날리고, 때론 고독과 침묵 속에 우리를 응시한다. 하지만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슬픔 대신 강인한 에너지를 전한다. 살고자 하는 절박한 열망, 스스로 회복하고 치유해 가는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비록 그는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그가 전하는 생에 대한 강인한 의지는 남아있는 자들에게 선물처럼 전달된다.

◇ 대나무에 비움의 철학을 녹여내는 김대수
김대수 작가는 나무 중에서도 대나무에 집중한다. 한국에서 대나무는 4군자 중의 하나로 분류되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았다. 휘어짐 없는 선비의 올곧은 성정을 대나무에 의인화 했다. 가지 속이 텅비어 있는 대나무의 속성에서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선비의 꼿꼿한 기개를 발견한다.
선비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특정한 곳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무심한 배치를 하거나, 원근으로 강조하기보다 모든 대상들을 온전히 담아내려 시도한다. 특히 인공의 빛이 아닌 깊은 밤 달빛에 드러난 대나무들은 비현실적인 듯 투명하게 맑은 모습을 인상적으로 표현하며, 깊은 사색으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관람객들은 대나무에 배어있는 그윽한 향과 정취의 세계로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 빛과 나무의 만남 통해 나무의 숭고함 표현하는 이정록
이정록의 예술은 나무와 빛의 조화가 핵심이다. 어느 추운 겨울, 의 눈에 감나무 한 그루가 들어왔고,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발견하면서 빛과 나무의 만남은 시작됐다 그때부터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생명력,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나무의 숭고한 느낌을 사진으로 구현해왔다.
오감으로 감지할 수 있는 현실세계 너머 신성함이 머무는 공간, 작가는 그곳을 사유가 사라지게 하는 공간, 신화적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 인식한다. 홀로 우뚝 선 나무 한 그루, 나뭇잎에서 나오는 신비한 빛이 주변을 밝히는 생명나무는 그렇게 탄생된다.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의 원형인 나무와 모든 생명의 근원인 빛, 그렇게 메마른 나무는 빛이라는 신비한 에너지를 만나 생명나무의 아우라를 꽃 피우고 있다.

◇ 나무를 매개로 기억을 환원하는 김신욱
나무와 풀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의 숲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이지만 김신욱에게는 유달랐다. 젊은 시절 야간 경계근무를 하다 큰 나무에 걸려 넘어진 그는 나무를 사람으로 착각하는 환영을 경험하면서 그에게 나무는 두려움의 존재로 각인됐다. 그 기억을 디딤돌 삼아 발표한 작품이 ‘The Night Watch’ 연작이다. 그의 작업은 한국의 산을 넘어 유럽의 숲으로까지 이어진다. 밤을 품은 나무들을 오랜 시간 기록해 온 그는 독특한 작업방식을 우리에게 선보인다. 저 멀리 마을의 불빛과 달빛을 품은 나무에 작가는 자신의 기억을 투영하기 위해 장노출과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더한다.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가장 진솔한 마음으로 오랜 시간 나무와 소통하며 그들의 기운과 에너지, 생명력과 숭고함을 찾아내 준 사진가들과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그동안 나무가 들려주고 싶었던, 그리고 전하고 싶었던 깊은 공명을 담은 이번 전시를 통해 나무가 전하는 깊은 울림에서 잠시라도 위안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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