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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일보] 시베리아, 내몽골로 향해 자작나무 존재 파고들다…이만우 사진전, 11월6일까지 아트스페이스

자작나무의 흰 나무껍질 발걸음 멈춰, 10년가량 자작나무 찾아다녀||인간의 인생과 비슷한

▲ 이만우 사진가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 이만우 작

 

 

"10년가량 자작나무만 찾아다녔죠. 한 장소에 8번을 간 적도 있어요."

사진작가 이만우(68)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작나무를 찾아 몇 번이고 국내를 넘어 러시아 시베리아와 중국 내몽골에도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딛는 사진가다.

이만우 사진가는 40년간 사진 작업을 해오며, 자연과 나무를 주제로 촬영을 이어가다 2011년께 우연히 발걸음을 멈추게 한 자작나무로 인해 자작나무 사진 작업을 10년가량 이어오고 있다.

이 작가는 "처음에는 소나무의 색이 좋아 소나무 작업을 이어왔다"며 "우연히 걷다 마주친 자작나무의 표면에 난 흰색의 나무껍질이 자라온 흔적을 드러내는 듯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몇 시간 동안 멈춰서서 그것만 관찰했다"며 "나무가 살아온 환경과 삶이 나무껍질에 드러난 것을 보고 그 이후로 자작나무만을 찾아다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자작나무의 표면에서 사계절을 굳건히 견디고, 혹한의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자작나무들의 모습과 인간의 삶이 비슷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 환경을 감내한 자작나무는 표면과 형체에 그대로 드러났고, 이 작가는 거기서 사람과 같은 생명력을 발견했다.

10년가량 자작나무만 쫓아다니면서 자작나무 전문가(?)가 된 그는 이제는 한눈에 자작나무가 어떤 감정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자작나무가 많이 자라지 않는다는 우리나라에서 그는 과거 강원도 정선, 태백 등의 자작나무 군락지를 찾았지만, 군락지라는 감동 이전에 그는 '살려달라'며 신음하는 듯한 애절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인근에 있는 넓은 고랭지 밭의 농약으로 인해 자작나무가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다.

또 그가 5번째 내몽골을 찾았을 무렵 영하 35도의 설원에 서 있는 여러 그루의 자작나무는 칼날처럼 매서운 바람을 온몸으로 막으며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한 무리의 가족처럼 느껴졌다.

이 밖에도 한낮 오후 바람 한 점 없는 곳에서 낮잠을 자는 자작나무 등 다양하다.

▲ 이만우 작

 

그의 사진에는 사진이 주는 사실 기반의 명료함, 담백함 외 특유의 몽환적이며 회화적인 감성이 녹아든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는 "나만의 감성으로 나무와 교감하면서 한 장소를 여러 번 가서 포착한다"며 "꽤 긴 시간 동안 공간을 연구하고 그 환경에서 오는 희망, 바람 등 나무의 여러 면을 담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에서 자작나무의 생명을 기꺼이 뽐내는 요소로 그는 빛의 흐름, 바람의 흔적, 색온도 3가지를 꼽았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사용하더라도 이 세 가지가 없다면 자작나무가 살아온 흔적을 담기는 어렵다는 것.

이만우 사진전이 다음 달 6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전시장에는 그가 애정하는 자작나무 작품 20여 점과 시베리아, 내몽골로 향한 당시의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다.

특히 그가 노출의 변화를 주며 9컷, 11컷 등 다중 촬영해 회화적 감성을 녹인 사진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기후와 빛의 변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그의 작업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 이만우 사진전 전경.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대구일보 202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