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나는 사회를 현장에 담는 기자에 가까워” 중국 현대사진예술의 큰 반향 일으킨 왕칭송 사진

1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을 갤러리

20년간 심혈 쏟은 사진과 영상작업으로 구성

▲ 왕칭송, another battle series no.1,180x120cm, 2001

 

중국 현대사회의 경제 부흥 격동기가 궁금하다면 왕칭송(王庆松, Wang Qingsong) 사진가의 작품을 보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왕칭송은 작품의 스케일과 현실 비판 등 여러 면에서 중국 현대사진예술의 큰 반향을 일으키며 중국 현대사진의 대표 사진작가로 자리매김 중이다.

2014년 대구미술관의 2인 기획전 이후 지역에서 최초로 열리는 왕칭송 개인전이 오는 15일까지 사진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와 맞은편에 위치한 을 갤러리(대구 남구 이천로 134)에서 개최된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 기념을 더한다.

왕칭송은 본인을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보다는 지속적으로 사회의 현장을 담는 기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 부흥 격동기 속 수많은 불협화음을 목격하며 작업의 모티브로 삼아 그의 작품이 중국의 사회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서다.

특히 중국이 문화대혁명 이후 급격한 경제 개방이 이뤄지고, 세계화와 도시화에 급물살을 타면서 자본주의 및 소비문화가 지나치게 도래하게 되는 이 시기 중국인들이 겪게 된 혼란을 적나라 하게 드러낸다.

그는 이를 비판, 냉소적으로 보면서도 풍자와 해학을 집어넣어 유쾌하게 사진으로 담아낸다. 특징적으로 시대적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를 작품에 녹이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누구나 봐도 알 수 있을 법한 고급문화를 내포하고 있는 브랜드 로고를 작품 속 풍기는 이미지와 상반되게 위치시켜 관객들의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점이 포인트다.

▲ 왕칭송, Follow Him, 130x300cm, 2010

▲ 왕칭송, 동일개세계(同一个世界)One World, 180x225cm, c-print, 2014

 

중국의 교육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FOLLOW YOU’ 작품을 통해서는 중국인의 자기 모순적인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과도한 대학입시, 한 번 보고 버리는 책, 공부했지만 남는 것이 없는 지식 등이 소재가 된다. 이는 중국의 교육 시스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해결책은 요원하고 학생들은 전쟁과 같은 나날을 보는 것을 향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중국사회의 단면 속 우리의 모습을 암시한다.

누가 봐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 있는데, 이는 연극 등 무대처럼 지나치게 연출돼 있다는 점.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족히 한 작품을 위해 수천 명이 투입되고, 수년이 걸리기 때문. 초기 작업부터 2000년대 이후 사진 속에 등장시킨 인물은 1천200명이 넘는다. 또 42m에 이르는 초대형 대작도 완성했다.

사진에서는 다양한 연출과 거대한 스케일을 담아내며 당대의 중국이 겪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의 현실을 초현실적인 사진으로 만들어내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또 주로 본인이 주인공이 된다는 점. 과도한 연출 구성에 항상 본인을 투입시켜 현실 비판에 대한 의미를 강하게 부각하고 있다.

왕칭송은 원래 회화 작업에 몰두한 작가였지만, 1990년대 후반 사진가로 전향했다.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경제 개방 이후 중국 사회는 빠른 변화를 겪었는데 이 속도가 너무 빨라 회화로는 포착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진을 시작했다”며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해 작업한 왕칭송의 초기 디지털 포토몽타주 사진은 1990년대 전통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러 있던 중국 사진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대표 사진가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에서 중국이 최고라고 외치는 중국인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지만 작가는 풍요로워만 보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움을 고발하고 있다”며 “그 당시 이 촬영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사회 비판적인 의미를 내포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20년간 심혈을 쏟은 사진과 영상작업들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국내 최초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대여해온 작품들로 구성된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대구일보 2022.10.12

출처 : 대구일보(https://ww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