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와 을갤러리서 동시에 열려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의 대표 현대사진 작가 왕칭송의 개인전 'The Glorious Life'展이 1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와 을 갤러리, 두 공간에서 동시에 열린다. 2014년 대구미술관 기획 2인전(왕칭송, 정연두) 이후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왕칭송 개인전이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기획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왕칭송이 지난 20년간 심혈을 쏟은 사진과 영상작업들, 그중에서도 그의 사진적 맥락을 최대한 밀도 있게 읽어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해 선보인다. 또한 왕칭송 작품의 대형 스케일이 가지는 느낌을 관람객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인접한 '을 갤러리'와 협업해 전시를 마련했다.
왕칭송은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을 접목시켜 중국 현대 사진예술에 반향을 일으킨 사진 작가다. 그는 스스로의 작업을 '사회적 다큐멘터리'라 부른다. 그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관심사는 중국의 사회현상, 특히 문화대혁명 이후 급격한 경제 개방이 이뤄지고 세계화와 도시화의 급물살을 탄 소비문화가 중국에 상륙하면서 중국인들이 겪게 된 혼란이다. 그는 날카로운 식견과 직설적인 화법을 다양한 연출과 거대한 스케일을 통해 담아내며 당대의 중국이 겪는 사회적·정치적 혼란의 현실을 초현실적인 사진으로 만들어내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왕칭송이 선보이는 작품의 개념을 쉽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역할극'이다. 한 컷의 사진을 위해 그는 마치 영화 감독처럼 대형 무대를 셋업하고 대규모 모델을 동원하는 연출을 불사한다. 사진 속에 등장한 인물이 1천200명이 넘는,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많은 인원을 동원한 작품도 있다. 게다가 그의 사진에는 왕칭송 본인이 자주 등장하고, 자본주의의 상징인 맥도날드, 코카콜라, 핸드폰 등을 노출시켜 자본주의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꼬집기도 한다.
왕칭송은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보다는 지속적으로 사회의 현장을 담는 기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왕칭송의 이 같은 가치관은 그의 대표 시리즈인 'The Glorious Life(황홀사회)'를 탄생하게 했다. 이번 전시명이기도 한 'The Glorious Life'는 그가 1997~2018년 진행한 사진 작업을 통틀어 지칭하며, 화면 속 이야기들은 오히려 자신이 마주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대차게 비꼬는 느낌이다. 예컨대 교육과 지식인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담은 'Follow' 연작은 과도한 중국 대학 입시, 한 번 보고 버리는 책, 공부했지만 남는 것이 없는 지식 등을 소재로 한다. 성공을 위해 매진하는, 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중국사회의 단면에서 우리의 모습도 읽힌다.
이렇듯 왕칭송의 작업은 1990년대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겪는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혼란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움과 사회 전반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왕칭송은 1960년대 시골에서 태어나 석유 채취 노동자의 삶을 살다가 20대 후반에 쓰촨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유화 작업을 했다. 회화 작업에 몰두하던 그가 사진으로 전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경제 개방 이후 중국 사회는 빠른 변화를 겪었는데, 이 속도가 너무 빨라 회화로는 포착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진을 시작한 것.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해 작업한 왕칭송의 초기 디지털 포토 몽타주 사진은 1990년대 전통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러 있던 중국 사진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중국을 대표하는 사진가로 성장한다.
전시 기획자인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대륙의 기적이라는 드라마틱한 경제 성장과 변화를 이룬 중국의 황홀사회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불협화음을 카메라에 담는 독보적인 작가"라면서 "왕칭송이 오랜 시간동안 일관되게 우리에게 들려준 중국 사회의 현실과 그가 지닌 작가적 시선, 더불어 중국 현대사진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로, 그의 작품을 연대기별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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