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레나 지보네는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이탈리아 출신의 사진가다. 그녀는 사진과 꿈이 교차하는 곳, 현실과 희망이 맞닿는 경계에서 진정한 마법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법이라는 단어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나 끝까지 품고 가야 할 꿈이 있으며, 그 꿈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마법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벅찬 삶을 살고 있었다.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사라예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브라질의 빈민가, 그리스의 시리아 난민 캠프, 그리고 빈 물통이 최고의 선물인 아프리카 말리까지. 그녀는 그들에게 숙명처럼 받아들이던 절망 대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전하고자 했다. 그것은 지금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인 동시에 우리 모두를 향한 희망이기도 했다.
이 작업은 엘레나가 세계 곳곳을 오가며 이어온 장기 프로젝트 ‘Dreams’의 일부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려는 여정에 그녀가 가져간 것은 자신의 눈과 카메라, 그리고 마음뿐이었다. 애초에 꿈을 가져본 적이 없던 아이들은 함께 놀며 신뢰를 쌓아가자 단순한 피사체가 아닌 공동 제작자가 되었다. 함께 촬영 장소를 정하고, 함께 셔터를 눌러 촬영한 사진에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직접 적어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그 꿈을 평생 간직할 수 있도록 ‘마법 같은 사진’을 선물했다. 카메라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마법 상자’라 불렸던 것처럼 그녀의 카메라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해주었다.
엘레나에게 꿈이란 자신 안에 존재하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녀의 사진에는 아이들이 꿈이 가장 찬란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황금빛 오일 램프 같은 다양한 상징적 오브제가 등장한다. 이는 아이들이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꿈과 희망을 스스로 꺼내도록 만드는 작은 열쇠다. 알라딘의 요술 램프가 환상을 이루어주는 열쇠였다면 엘레나의 램프는 마음속 꿈을 발견하도록 비춰주는 빛이다.
“아가타-상파울루-헬리오폴리스-10살-‘변호사가 되고 싶어요.’”(사진 아래 글) 꼬마 숙녀 아가타는 램프를 바라보지 않는다. 두 눈을 감은 채, 누구보다 또렷하게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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