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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중앙SUNDAY] [사진 한 잔] 강이 품은 기억들

The Belongings of the Air, Peru, 2024. ⓒMusuk Nolte

 

한 사람이 물에 떠 있다. 그의 평온한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물에 온전히 몸을 맡긴 듯도 하다. 강한 흑백의 그림자, 물 위로 퍼져나가는 여러 개의 동심원까지, 현실의 포착인지, 가상의 연출인지, 사진은 드러내는 것보다 숨긴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이 사람은 누구이며 이곳은 어디인가.

사진가 무숙 놀테는 멕시코에서 태어나 페루에서 성장했다. 페루 출신의 인류학자였던 어머니 덕분에 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보며 자랐다. 마치 온 세상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는 듯했던 경험은 훗날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요한 씨앗이 된다. 놀테는 수년간 페루 아마존을 오가며 원주민 공동체와 숲, 강, 그리고 그곳의 삶의 변화를 여러 각도로 기록했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예술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환경 파괴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탐구한 ‘The Belongings of the Air’ 시리즈는 아마존을 향한 그의 기억과 이해를 담은 시각적 에세이다.

이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야화스카(Ayahuasca)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페루와 브라질 등 아마존 유역에서 오랫동안 전통 의식과 치유에 사용해 온 음료다. 덩굴식물을 달여 만든 짙고 쓴 아야화스카는 자연과 인간, 현실과 신화의 세계를 잇는 통로로 여겨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음료를 마셨을 때 공통으로 나타나는 환영이다. 강한 어머니의 이미지, 인간과 동물 사이의 변형, 그리고 아마존의 강을 연상시키는 풍경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이 경험을 사이키델릭하게 표현하며 주목받은 예술가들도 많지만, 놀테는 흑백 작업을 선택한다. 그가 기록한 실제 아마존의 풍경과 환영의 세계를 겹쳐 놓기 위해서다.

 

다른 영토를 가로지르고, 다른 고도를 이동하는 ‘물’을 놀테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은유’라 표현한다. 이 사진을 촬영한 장소는 아마존의 강이다. 아마존은 최근 수위가 낮아지며 원주민의 고립이 이어지고, 삼림 파괴와 수질 오염으로 공동체의 영토는 줄어들고 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삶의 기억을 품어온 아마존 강. 그 위에 몸을 맡긴 이 남자 역시, 언젠가 강이 품고 흘려보낼 또 하나의 기억일지 모른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중앙선데이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