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자무늬 창 너머로 숲이 펼쳐진다. 소복이 쌓인 눈,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 수면 위에 드리운 그림자. 고요한 숲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숲 전체가 톤 다운된 블루로 잠겨 있어서일까, 화면을 가르는 사각 틀 때문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숲은 하나의 풍경이기도 하지만 여러 개의 조각이기도 하다. 이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숲일까. 누군가의 기억 속 어디일까.
미국의 젊은 사진가 나탈리아 페트코프는 ‘Walkingscapes’ 시리즈를 2024년 시작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그녀에게 숲은 슬픔과 연결된다. 인간에 의해 변화하고 또 사라져가는 생태적 풍경을 붙잡고 싶었던 그녀는 사진 속에 그 존재를 각인했다. 인화지는 뽕나무의 속껍질로 만든 종이를 사용한다. 아주 얇은 이 종이는 사람이 지나가면 몸이 만드는 바람에 흐르듯 움직인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숲처럼. 또한 화학 물질 대신 환경친화적 재료를 사용하는 시아노타입(cyanotype) 인화를 한다. 여기에 블랙베리와 도토리 등 숲에서 채집한 재료로 착색해, 환경 자체의 흔적을 이미지 안에 더한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기법이라기보다 자연을 다루면서 그것과 충돌하지 않는 방식을 찾고자 한 그녀의 굳은 의지에서 비롯했다.
작가가 숲을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자연의 고요함, 신비로움과 생명력을 호흡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이곳은 뉴욕 센트럴 파크다. 빌딩이 숲으로 바뀌고, 소음이 밀려나며 자연의 리듬을 느낄 수 있는 곳. 작가는 느리게 걸으며 숲의 냄새와 새들의 노래, 피부에 닿는 바람과 햇살을 따라가 숲이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과 마주했다. 페트코프가 ‘파편’이라 표현한 사각의 틀은 원하는 만큼의 대형 작업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식이다. 이 파편들은 스케일을 변화시키며, 크게 느껴지던 것을 작아지게도 하고 그 반대로 바꾸기도 한다. 언제나 우리의 시점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듯. 변화하는 생태계에 대한 기록이자 헌정인 페트코프의 사진은 조용히 속삭인다. 회복과 치유의 힘을 지닌 이 풍경 속에 잠시 머물며 자신을 찾으라고 말이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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