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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일보] 대구서 만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힘…‘2025 온빛사진상’ 수상작 전시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서 8월 9일까지
이민·지뢰지대·미군기지·다문화 현실 조명

다큐멘터리 사진의 사회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2025 온빛사진상 수상작 사진전’이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에서 개막해 오는 8월 9일까지 열린다.

14회를 맞은 온빛사진상은 2009년 제정 이래 39명의 사진가를 발굴해온 국내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상이다. 올해도 예술성과 사회성을 겸비한 4명의 수상자가 선정돼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3시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이번 기획전에 참여한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들을 초청해, 작품이 담고 있는 시대적 맥락과 촬영 당시의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듣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아티스트 토크는 단순한 전시 관람을 넘어, 다큐멘터리 사진이 지닌 공공성과 예술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 수상작은 총 4편으로, 각각 다른 사회적 주제를 다루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다양한 접근법을 보여준다.

온빛 후지필름사진상을 수상한 양희석의 ‘벽으로 가는 길’.

 

온빛 후지필름사진상을 수상한 양희석의 ‘벽으로 가는 길’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여정을 수년간 밀착 취재한 작품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된 이민 정책과 국경 장벽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의 삶을 기록했다. 작가는 단 한 장면의 ‘결정적 순간’보다는 3000km에 달하는 이민 행렬 속 일상적 순간과 얼굴들을 포착함으로써 국경 장벽이 가진 상징성을 부각시켰다고 평가받는다.

온빛 씰리사진상 수상작인 김예현의 ‘노 맨스 랜드’.

 

온빛 씰리사진상 수상작인 김예현의 ‘노 맨스 랜드’는 한강·임진강·한탄강 유역 지뢰지대를 카메라에 담았다. 냉전 시대부터 이어진 안보 논리가 오늘날까지 남긴 ‘보이지 않는 경계’와 불안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대전차 방호벽과 철조망, 버려진 군사 시설의 풍경을 통해 현대사의 ‘흔적지도’를 제시하며, 감정을 절제한 채 사실과 해석의 경계를 탐색하는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서사 기법을 선보였다.

온빛 JP프로젝트상을 받은 윤창수의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

 

온빛 JP프로젝트상을 받은 윤창수의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는 한국 사회의 다문화 현실을 ‘이주민’이라는 화두로 접근한 작품이다. 특히 ‘파초(芭蕉)’라는 식물 이미지와 이주민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낯섦과 친밀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파초가 추운 한국의 겨울을 견뎌 전통 속에 뿌리내렸듯, 이주민들도 새로운 문화 속에서 삶을 일군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의 사진은 이주와 정착의 과정을 따뜻하고 포용적인 시선으로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빛 해원신진사진가상 수상작인 고은희의 ‘K-55’.

 

온빛 해원신진사진가상 수상작인 고은희의 ‘K-55’는 평택 미군기지 주변의 풍경과 일상을 독특한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미군 부대 앞의 이국적인 상점가, 전투기 소음, 영어 간판과 군용품으로 가득한 거리에서 ‘고향’의 풍경이 가진 낯섦을 포착했다. 작가는 이 공간을 “우리 삶의 세트장, 그리고 우리가 엑스트라가 되는 곳”으로 표현하며, 공간이 가진 문화적 격차와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온빛다큐멘터리 측은 이번 전시에 대해 “올해 수상작은 분단, 이주, 경계, 정체성 등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를 다양한 시선으로 조명했다”며 “전통적 포토저널리즘의 한계를 넘어,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확장한 점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관계자는 “대구 전시는 사진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층위를 탐색하고,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질문을 나누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서울 류가헌(6월 3~15일), 광주 갤러리 혜윰(6월 24일~7월 7일)을 거쳐 대구에서 열리며, 이후 대전 갤러리 탄(9월 8~21일)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경북일보 지면게재일 2025년 07월 27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