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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on/Upcomming

장 프랑수아 부샤르 [The New Cubans]

 

사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공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다가오는 전시를 안내드립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추적하며, 다큐멘터리와 연출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 온 캐나다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장 프랑수아 부샤르의 The New Cubans는 그가 뉴 쿠바인이라 명명한, 전통과 단절하거나 혹은 재해석한 채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아바나의 청년들을 기록한 시리즈입니다. 가보처럼 물려받은 화려한 장식들로 가득한 집 안, 사회주의 체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물건들이 뒤섞인 공간 속에서 괴짜 혹은 이국적이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뚜렷이 드러냅니다.

 

아름다운 해변, 정열적인 살사, 클래식 자동차와 시가로 대표되는 쿠바의 전형적인 이미지 너머, 경제난과 대탈출 속에서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쿠바의 지금을 시각화한 본전시를 관람하며 지금껏 소비되던 쿠바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재의 쿠바로 떠나는 즐거운 시각적 여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시의 오픈일인 5월 24일에는 해외에서 직접 방문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오프닝 행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작가와 함께 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누고 전시와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개요
전시작가 : 장 프랑수아 부샤르 Jean-François Bouchard
전시제목 : The New Cubans
전시일정 : 2025년 5월 24일(토) - 2025년 7월 17일(토)

작가와 함께하는 전시 오프닝 :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15:00
전시장소 :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 5층)

 

○작업노트

Portrait of a Generation: From Post-Disillusionment to Escape

환멸을 지나 탈출로 향하는 세대의 초상

 

쿠바, 그리고 그 중심인 아바나는 멈춰버린 근대화의 여정 속에서 모순적인 매력을 품고있다. 아바나의 정체성은 식민 지배, 미국의 영향, 소비에트 식 사회주의, 그리고 지난 30여 년간의 고난이 뒤얽힌 건축과 도시 풍경 안에서 형성되어 왔다. 도시는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의 정서와 기억이 풍경 곳곳에 스며 있다.

 

-프랑수아 부샤르(Jean-François Bouchard)의 사진은 그러한 아바나의 본질을 포착한다. 그는 쿠바 사회 내에서 주변화되고 낙인찍힌 이들에게 시선을 두며, 과거의 사회주의적 이념과 정형화된 이미지에 도전하는 새로운 쿠바인(New Cubans)’을 마주하였다. 이들은 래퍼, 예술가, 혹은 평범한 청년들로 구성되며, 단일한 국가 정체성의 신화를 넘어서는 보다 복합적이고 관용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최근 들어 인터넷 사용이 용이해지면서, 이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정보와 문화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 지금, 이전에는 닿을 수 없었던 세계와의 연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자아 인식과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순하지 않다. 부샤르가 포착한 청년들은 박해를 받지는 않지만, 여전히 '별난 사람'이나 '기이한 존재'로 평가받기도 한다. 쿠바 사회는 여전히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조금씩 관용과 개방의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부샤르의 작업은 이처럼 이념적 환멸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사회적, 문화적 코드의 전환기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쿠바 혁명의 거대한 서사가 무너진 이후, 젊은 세대는 집단적 이성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게 되었고, 많은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국외로 떠나고 있다. 남겨진 이들은 단편화되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새로운 생존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부샤르의 사진은 이 전환기의 쿠바 사회를 쓸쓸함과 희망이 뒤섞인 시선으로 기록하며, 과거의 꿈이 지금의 현실과 마주하는 복합적인 순간들을 담아낸다. 그 속에는 이주로 인해 사라진 우정과 사랑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Eternally Still

영원의 정물

 

부샤르는 인물 사진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쿠바 가정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장식품들에 특별한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 물건들은 과장된 인테리어의 요소로 존재하면서도, 시간 속에 멈춰 선 듯한 인상을 주는 오브제들이다. 그는 이러한 장식품들이 단순한 꾸밈을 넘어,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 물건들의 지속적인 존재는 단지 감상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재의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장식품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낡은 물건이라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쿠바에서 버려지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 오브제들에 실용성과 감성이 동시에 깃들어 있음을 시사한다.

 

어느 날, 한 가족의 집에서 작업을 하던 중, 부샤르는 그들이 가장 아끼는 물건 몇 점을 촬영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는 가족과 함께 부엌 한쪽에 천과 침대 시트를 걸어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고, 그 안에서 오브제를 찍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친밀하고 협력적인 방식은 이후 다른 집에서도 반복되며 하나의 작업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우연히 시작된 이 정물 사진은 점차 인물 사진과 나란히 진행되는 또 하나의 시리즈로 발전한다. 이를 통해 부샤르는 각 가정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며, 쿠바 가정의 삶을 구성해온 여러겹의 시간성과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탐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