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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중국 현대사회 모순, 초현실적 풍자…왕칭송 개인전

15일까지 'The Glorious Life'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을갤러리
中 대표하는 현대사진 작가…개방 이후 혼란 냉소적 비판
1997년∼2018년 작업물 전시

왕칭송, Follow You, 180x300cm, 2013.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사진 작가 왕칭송(王庆松) 전시 'The Glorious Life'가 15일까지 대구 남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와 을갤러리에서 열린다. 2014년 대구미술관이 기획한 왕칭송·정연두 2인전 이후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왕칭송의 개인전이다.

이번 왕칭송 개인전은 대형 작품의 느낌을 관람객들에게 온전히 전하고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가 인근 현대미술 전문 전시공간 을갤러리와 협업해 전시장을 마련했다.

왕칭송은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을 접목해, 중국 현대 사진예술계에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스로의 작업을 '사회적 다큐멘터리'라고 부른,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독특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왕칭송은 중국의 사회현상, 특히 문화대혁명 이후 급격한 경제 개방이 이뤄지고 세계화와 도시화의 급물살을 탄 소비문화가 중국에 상륙하면서 중국인들이 겪게 된 혼란에 주목한다. 날카로운 식견과 직설적인 화법을 다양한 연출과 거대한 스케일을 통해 담아내며 당대의 중국이 겪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의 현실을 초현실적인 사진으로 만들어냈다.

 

전시 제목인 'The Glorious Life'는 그가 1997~2018년 진행한 사진작업을 통틀어 지칭한다. 한글로 번역하면 '생활 예찬'인데, 화면 속 이야기들은 오히려 자신이 마주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대차게 비꼬는 느낌이다.

왕칭송, Follow Him, 130x300cm, 2010.

그의 작품 중 'Follow You'는 중국인들이 신분 상승의 유일한 기회로 여기는 교육에 대한 자기모순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공적인 대학 입시를 위해 전쟁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과도한 교육열에 대해 비판하는 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처럼 'Follow' 연작은 과도한 중국 대학입시, 한 번 보고 버리는 책, 공부했지만 남는 것이 없는 지식 등이 소재다.

1960년대 시골에서 태어나 노동자로 살다 20대 후반 미술대학을 졸업한 왕칭송은 본래 회화 작업에 몰두했으나 1990년대 후반 사진으로 전향했다. 중국이 경제 개방 이후 겪은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회화로는 포착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해 작업한 왕칭송의 초기 디지털 포토 몽타주 사진은 1990년대 전통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러 있던 중국 사진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중국을 대표하는 사진가로 성장했다.

전시를 기획한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년간 그가 심혈을 쏟은 사진과 영상 작업들, 그 중에서도 그의 사진적 맥락을 최대한 밀도 있게 읽어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했다"며 "황홀사회가 지닌 가치의 혼돈을 냉소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리고 비판적이면서도 예술적으로 구현한 그의 작품들은 중국 현대사진의 개념을 새로운 접근과 문화적인 의미로 풍성하게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칭송, future, 120x150cm, 2001.
이연정 기자 lyj@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