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시작된 대리국제사진제는 비엔날레 형식으로 열리는 국제사진페스티벌 Dali International Photography Exhibition은 중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로 꼽히는 운남의 고성에서 열리는 사진제이다. 축제기간이면 도시 전체가 거대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며 유럽과 상해의 갤러리를 비롯해 1천 여 명이 넘는 국제적인 사진가들과 만 여 점의 작품, 백 개의 전시가 동시에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진축제로 세계의 많은 사진가들의 국제 교류의 장이자 기회의 장이라 말 할 수 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5회째 한국을 대표하는 기획자로 참여하는 석재현 큐레이터는 대리국제사진제를 통해 그간 30여명의 한국 사진가들을 세계무대에 소개하였다. 그간 전시에 참여한 이갑철, 이상엽, 이정록, 박종우 등 해마다 한국의 사진가들이 대리국제사진제 우수작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 불 완 전 한 정 착 Incomplete settlement ]
올해 8회째를 맞는 대리국제사진제는 8월 17일부터 21일까지 “Life is Elsewhere – All-Inclusiveness”를 주제로 열린다.
올해 석재현 기획자는 분쟁과 내전, 폭력과 재해로 인해 삶터를 잃은 사람들, 늘 위험이 도사리는 그곳에서도 삶의 끊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기록한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4명과 함께 ‘불완전한 정착’이란 전시를 기획하였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시대정신이자 의무라는 생각으로 전 세계에 산재한 ‘불완전한 정착’을 기록해온
성남훈, 조진섭, 정성태, 신제섭 사진가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 전 시 소 개 ]
한국에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또 다른 한국 속담과 이어질 때 누구나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삶이 만들어지는 공간이 필요하다. 내가 살 집, 내가 머물 집,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다. 하지만 언제든 박스 몇 개에 나눠 담을 수 있는 인생을 만들어야 하고, 원하는 일은 아니지만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이런 주거의 문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집어 삼키고 있다. 바로 ‘불완전한 정착’이다.
난 삶을 원한다. 나는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의 사진가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일 작품들은 단순히 안정적이지 못한 정착을 담는 것이 아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불완전하고 위태로운 정착, 어디에선가 정착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살아남고 그들 중 누군가는 죽어야만 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의 삶도 결코 해피엔딩이 아닌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불안하며 불완전한 정착지다. 그렇게라도 꾸역꾸역 살아가야만 하는 그들의 삶 앞에 한국의 사진가들이 있었다.
분쟁과 내전, 폭력과 재해로 내몰린 사람들
분쟁과 내전, 폭력과 재해로 고향을 떠나게 된 이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아이들이다. 그렇게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이들의 수는 한국 전체 인구보다도 많다. 몇 년 전 통계에서 벌써 전 세계 인구 122명 중 한 명이 강제 이주 상태라고 하니, 이들 모두가 모여 나라를 이룬다면 세계에서 스물 몇 번째로 큰 나라가 된다. 그렇게 그들은 개인적인 공간, 가장 사적인 공간, 가족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삶을 송두리째 위협받는 공간에 머물고 있다.
그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은 곳에 선 한국의 사진가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성남훈, 조진섭, 정성태, 신제섭은 시대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의 의무를 치열하게 수행하고 있는 한국의 사진가들이다. 성남훈은 지난 1994년 종족간의 대립으로 3개월 만에 백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르완다 대학살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흙이 날려 눈이 매운 흙길, 덤불과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는 그곳에서 불안한 안식지의 모습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조진섭은 시리아 난민들의 불완전한 정착과 마주한다. 시리아에서 그리스로, 그곳에서 발칸반도를 건너 독일로 가는 여정은 곳곳이 위험투성이다. 가족들의 안전한 삶을 꿈꾸며 긴 여정을 떠나왔지만 그들이 마주한 것은 위험한 현재이자 불완전한 미래였다.
정성태는 세계 최대의 참사로 불리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를 기록하고 있다. 격리소 보다는 옛집이 편해서 마을로 돌아온 노인들. 그들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지에서 나오는 곡물을 먹고 살고 있다. 약간의 방사능은 몸에 좋다며 외지인들에게 음식을 권하기도 한다. 체르노빌로 돌아온 사람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위험과 더불어 살고 있다.
신제섭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둠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로힝야족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거주하는 무슬림 소수민족이 바로 로힝야족이다. 폭력, 살인, 방화, 강간이라는 폭력을 피해 이웃나라 방글라데시로 넘어왔지만 그저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그들에게는 오늘 하루 어떻게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일 것인가가 제일 큰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그저 최소한의 삶,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오거나, 그런 삶을 위해 다시 위험한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만 있다. ‘불완전한 정착’ 전 세계에 산재한 이곳을 기록하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에게는 시대정신이자 의무이다. 오랜 시간 치열하게 작업에 임해 온 한국 사진가들의 작품을 통해 ‘불완전한 정착’, 늘 위험이 도사리는 불안한 그곳에서도 삶의 끊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들이 머무는 곳에서는 생존, 그 이상의 삶은 신기루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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