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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on/Past

[Confluence] 2024 BIPF X LUMOS 선정 우수 포트폴리오 수상자전

 

사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공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다가오는 전시를 안내드립니다.

○개요

참여작가 : 한효진, 남준, 이서현

전시제목 : <Confluence>

전시일정 : 2024년 11월 23일(토) - 2024년 12월 14일(토)

전시장소 :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 5층)

전시 오프닝 및 작가와의 대화 : 2024년 11월 23일 (토) 16:00

○전시소개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는 2024부산국제사진제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우수작품으로 선발된 3명의 사진가가 함께하는 <Confluence> 전시를 오는 11월 23일부터 12월 14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주관으로 부산국제사진제와 함께하는 BIPF X LUMOS Portfolio Review 프로그램은 국내는 물론 해외 사진제의 예술감독, 기획자, 큐레이터와 같은 사진 전문가들이 유능한 한국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리뷰 프로그램은 국내외 사진축제 디렉터 및 사진 전문 기획자들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각각의 작업을 선보이고, 다각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된 리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작가들에게 국내 전시는 물론 해외로까지 활동이 이어져 온 케이스가 많았기에 BIPF X LUMOS Portfolio Review는 사진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사진’을 알리고 배우는 좋은 미팅 플레이스로 알려져 왔다.

 

이번 2024 포트폴리오 리뷰에는 독일의 East Wing 아트 디렉터 페기 수 에이미슨, 중국의 청두 국제 사진축제 예술감독 왕칭송, 벨기에의 포토 브뤼셀 페스티벌 설립자 및 디렉터 델핀 듀몬트, 일본의 나라 사진 박물관 관장 오니시 히로시, 그리고 중국의 SIPA CHINA 예술감독 베키 바오가 리뷰어로 참여하였다. 1차 서류 심사를 통해 선발된 21명의 사진가는 지난 8월 25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리뷰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으며, 5명의 리뷰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최우수 포트폴리오 1명, 우수 포트폴리오 2명을 선발하였다.

 

최우수 포트폴리오로 선발된 한효진 작가의 <SISTERS>는 중년 자매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어린 시절 언니를 갖고 싶었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자매 간의 친밀함과 분리를 동시에 담아낸다. 어린 시절 서로에게 의지했던 자매들이 이제는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여전히 교차하는 순간들을 포착하며, 중년 자매들이 보여주는 미묘한 감정과 거리를 사진 속에 기록한다. 이 작품은 자매라는 관계 속에 존재하는 친밀함과 독립성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우수 포트폴리오로 선정된 남 준 작가의 <침잠(沈潛) _ 기억의 조각>은 제주4.3 사건을 기억하고, 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치유와 위안을 전하는 작업이다. 1948년 제주4.3 사건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마을이 불타 사라졌으나, 제주도민들은 삶의 터전을 다시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제주의 무속신앙은 4.3 이후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치유의 역할을 해왔다. 이 작업은 4.3 사건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 민주주의,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이며, 과거를 올바르게 기억하는 것이 화해와 화합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수 포트폴리오로 선정된 이서현 작가의 <그녀의 지표 Similar Minded, Lodestar>는 작가와 사회적 실존 사이의 균열, 그리고 그 속에서 생기는 경계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사진 위에 실과 단추를 올려놓음으로써 현실과 무의식, 나와 타자, 도시와 자연 간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단추와 실은 외부와 내부,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치유하려는 시도를 담는다. 이 작업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만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양가성을 지닌다.

 

사진을 향한 열정으로 힘차게 달려가는 세 명의 사진가들이 여기 모였다. 그들의 철학과 내면이 담긴 작품의 큰 흐름이 한 곳에서 만났다는 의미에서 이번 전시 제목을 Confluence로 정했다. 여러 강물이 한 지점에서 합류하여 힘차게 흘러가듯 이번 전시 <Confluence>를 통해 작가들이 전하는 다양한 목소리, 사진 매체가 가진 매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효진 <SISTERS >

 

언니가 있었다면 생각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나보다 꼭 한 뼘 키가 큰언니. 보풀이 일어난 스웨

터와 아주 조금 상처가 난 에나멜 단화를 물려주는 언니

엄마가 아플때면 코트를 걸치고 약국에 다녀오는 언니, 쉬, 조용조용히 걸어야지. 자신의 입술에

집게 손가락을 대며 나무라는 언니.

 

이건 아주 간단한 거야, 쉽게 생각해봐. 내 수학문제집 여백에 방정식을 적어가는 언니. 얼른 암산

을 하려고 찌푸려진 이마.

한강 소설<흰>, 언니 중에서

 

작업을 진행 하던 중 우연히 읽은 책의 한 대목이다. 어린 시절 부터 나 또한 언니가 있었으면 했다. 나이들면서 그 바램은 더 커져만 갔다. 늙은 오빠가 둘이나 있지만 내게 없는 언니는 늘 갖고 싶고 알고 싶은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언니 있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고, 언니와 관련된 친구들의 후일담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20년만에 시작한 작업의 단초는 언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들을 말해줄 수 있는 중년의 자매가 그렇게 내 앞에 나의 카메라 앞에 서게 되었다. 빛 바랜 낡은 앨범 속에서 마냥 웃고 다정한 포즈를 취했을 그들을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언니나 동생의 공간에 들어가 촬영을 하더라도 이젠 각자의 공간과 가정, 혹은 생활이 분리된 그들이기에 단순이 다정하고 친밀하게 만 이들을 보여줄 순 없었다. 요즘말로 현실 자매라고나 할까? 시선의 교차나 자매 간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혹은 언니 동생의 관계처럼 크고 작게, 수평적 관계를 위해 나란히...등등. 무심하고 무표정한 얼굴에서 그들의 관계가 읽히길 바랬다. 어릴적 맹목적으로 의지했던 자매의 관계에서 이젠 나이가 들어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홀로서기를 한 중년의 자매는 같이 있어도 충분히 단절이 아닌,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보였다. 나이 들수록 속내나 외모도 닮아가는 후천적 쌍둥이 같은자매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관계엔 내가 결코 훔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몇 시간 동안에 걸친 연구자의 시선으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담았기에 내가 본 게 맞은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결국 내 입 맛대로 풀어낸 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사진을 고르고 고르며 한 번 더 내 얕은 시선이 반영 되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카메라 너머 그들의 내면 까진 알 수 없었다.카메라 너머로 엿보는 수준에서 언니를 봤고 동생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들만의 시간엔 들어갈수 없었으니까. 수개월 간 만난 중년의 자매들은 기꺼이 잠시나마 내게 곁을 내주었고, 자매탐구는 그렇게 사진속에 기록되었다.

 

ⓒHAN Hyo Jin, SISTERS 07

 

남 준 <침잠(沈潛) _ 기억의 조각>

 

영령(英靈)

제주4.3은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발생된 소요를 시작으로 진압군이 마을 주민들을 1954년 9월21일까지 강제 진압하면서 제주 전역에서 많은 인명이 학살된 사건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14,533명의 희생자와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불에 타 없어졌다. 마을이 사라지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 제주도민들은 사라진 삶의 터전을 강인한 의지와 희망으로 다시 일구며 현재를 살고 있다.

치유(治癒)

한국의 무속은 지역마다 다른 형태로 뿌리를 내리며 변형되었다. 제주의 무속인은 심방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의 제의를 통해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고 가족의 안녕을 빌었다. 거친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숙명을 지닌 해녀들은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며 치성을 드렸다. 제주의 무속신앙은 4.3 이후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것 또한 포함하게 되었다.

심방은 마을의 의례와 개인적인 치성 모두 수행하는데, 굿이라 불리는 의례는 노래와 춤이 곁들여진다. 굿은 기자(祈子), 망자(亡者)를 공양하고 병을 다스리는 일, 풍년을 빌거나 풍어를 비는 일, 사귀(邪鬼)를 쫒고 복을 부르는 일과 같은 새해에 그 해의 평안을 기원하는 개인적인 일에서부터 마을 전체의 안녕과 평화를 비는 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발휘한다.

신목(神木)

신목은 한국의 무속신앙에 신령이 강림하여 머문다고 여겨지는 나무이다. 신목은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이 만나는 거룩한 장소로, 우주의 중심이라 믿어 우주목(宇宙木)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믿음은 고유의 산악신앙과 천신강림 신앙과 연결되어 있으며, 신목을 중심으로 한국 무속의 신당과 굿당이 자리한다. 신목에는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심방은 영력을 얻기 위해 색색의 천과 옷가지를 나무에 걸어두고 신목 앞에 제물을 바치며, 마을 주민들은 이 앞에서 기도를 하기도 한다. 해녀들은 해상 안정과 풍어를 기원하며 신목 앞에서 치성을 드리고 나무를 신성시하였다.

4.3에 대한 일을 이야기하거나 기억하는 일은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금기시되었다. 2000년에

이르러서야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2014년에는 4.3 희생자들을 위한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제주4.3의 진상규명은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로, 역사적 사건인 제주4.3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은 민주주의, 평화 그리고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이며,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용서와 화해, 화합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시간으로 봉합되지 않은 시대의 아픔을 잊지 않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이 작업이 제주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치유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NAM June, 침잠(沈潛) _ 기억의 조각 1 영령(英靈)-017

 

이서현 <그녀의 지표 Similar Minded, Lodestar>

 

거울은 겉만 보일 뿐 내면을 담지 못했다. 겉과 속은 분리됐고 서로 다가갈 수 없다. 균열을 느꼈다. 거울을 보는 우리 모습의 현상과 같은 의미다.

 

자신을 반추할 때, 나를 통해 나를 본다. 타인의 시선은 그저 그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것은 이미 타자와 관계를 경험하고난 뒤 결과로서의 자신이다. 관찰자인 나는 몇 겹의 사회적 관계라는 렌즈를 거쳐 과거를 떠나버린다. 타인의 반영 없이 우리 자신을 온전하게 관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녀의 지표》는 우리의 관계 속에서 얽히고설킨 균열의 필연성을 말해준다. 무수한 타자로 이루어진 사회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균열에 대한 사유는 한 사람의 소박한 기억에서 실존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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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경계

인공과 자연의 경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현상 이면에 숨겨진 경험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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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지표>는 나와 관계했던 사회적 실존의 기억과 현재 기억하는 나 사이의 균열에 대한 사진 작업이다. 표면적으론 나와 타자의 균열에서 비롯된 현재와 과거 사이 간극 같지만, 결국 미래로 나아가는 양가성을 가진다.

 

카오스는 늘 존재한다. 개인의 결정이 순전히 주체성에서만 나오진 않는다. 문명은 가치판단을 유전자에 염색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주입된 유전자가 기억과 순조롭게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가 있다. 사회적 관계라는 렌즈를 거치며 쌓인 굴절된 경험이 현실에 매몰되지 않게 경종을 울린다.

 

사진은 두 공간을 한 장소에 겹쳐놓은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흐르는 하천이나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식물원 카페다. 과거와 현재의 균열을 들여다볼 때는 도시와 자연 사이 극명한 차이 속에서 피사체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단추는 이전 반짇고리 작품부터 추구했던 고유한 탐구대상이다. 현실과 심리를 반영했던 단추와 실을 지표 삼아 내외를 연결해보려 했다…. 즉 단추와 실은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 등 경계를 고정시키는 누빔점이다. 단추는 실에서 시작되면서 자연스런 흐름을 만드는 쉼터이자 생각과 시선이 다시 단추라는 점에 머무르게 하려 했다.

 

매순간 균열은 발생한다. 그 순간을 되짚어보는 행위는 균열로부터 최소 한 발 정도는 빠져나오면서 균열된 상흔을 치유하려는 자취이다. 이 흔적이 《그녀의 지표》로 완벽히 봉합되었다고 규정할 순 없다. 이 작업의 순간을 담을 때마다 과거와 마주쳤다. 다음 시리즈는 세상의 살결이 나에게 신호를 보냄에 따라 미래의 나 자신이-이미 과거가 되었을-현재로부터 변화된 나를 관찰함으로써 성찰한 결과로 태어날 것이다. 내안에서 확장성, 사회에서 확장성, 관계에서 확장성을 고민하고 길을 열어 놓고 있다.

ⓒ LEE Su Hyen, Lodestar #13 66x94cm, Botton on Digital Pigment print on Hanji,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