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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한의신문] “사진작가로서 첫발…한의사 정체성도 사진으로 표현하고 파”

대한민국 곳곳 다니다 사진이라는 세계에 입문…개인 사진전도 개최
‘물방울 속 세상’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 촬영
이태헌 대구시 광동한의원장

 

<편집자주> 한의계에는 음악·그림·사진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약 중인 한의사들이 많다. 그중 이태헌 대구시 광동한의원장(대구광역시한의사회 부회장)은 최근 대구 남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溺(빠져들다) 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한의사라는 본업뿐 아니라 사진작가로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에 이태헌 원장으로부터 사진작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 사진전을 개최한 소감 등을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82년생으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대구 광동한의원 원장으로 개업의로 있다. 또한 대구광역시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보험이사, 기획이사,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위원 등을 역임했고, 지금은 대구광역시한의사회 부회장, 대구 달서구한의사회 총무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Q. 최근 ‘溺(빠져들다) 사진전’을 개최했다.
먼저 개인적으로 첫 사진전이라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전시회 DP를 하고 느꼈던 첫 감정은 ‘너무 부끄럽다’였다. 마치 나체가 돼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의 부끄러움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시간이 나면 갤러리에 가서 오시는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해드렸다. 그리고 그분들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또 관람객분들이 ‘이 작품 좋다’ 등등 좋은 반응을 주실 때마다 뭔가 덜 부끄러워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 기간은 거의 1년 반 정도였다. 보통의 사진작가들이 한 번의 전시를 위해 2~3년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사진을 찍을 때부터 한 것은 아니고, 작품활동을 하면서 여러 비평을 받으면서 생각이 정리돼 가던 찰나에,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에 프린지포토페스티벌이라는 섹션이 있어 그걸 활용해 작품을 발표해 보면 어떠냐는 권유가 있어 개인전을 열게 됐다.

무제008(이번 전시회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사진)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진 관련 전문가들이 개인전을 한번 하고 나면 작가로서 많이 성장한다고 했고, 작품활동도 좋지만 개인전을 통해 일단락 짓는 것이 오히려 추후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번 개인전을 통해 그동안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고, 새로이 보이는 부분이 보이며, 관객과의 소통으로 다음 작품 세계에 대한 많은 영감을 받기도 했다.

 

Q. 사진이라는 세계에 입문한 계기는?
코로나19 동안 아무래도 여행을 다니기 힘들 때, 차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캠핑을 하면서 대한민국 곳곳을 다녔다.

월척의 꿈(2022 대구사진대전 입선작)

일단 캠핑을 하러 가면 밤에 불멍(장작불을 피워놓고 멍하게 보는 것), 별멍(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멍하게 보는 것)을 하게 되는데, 특히 저는 밤하늘의 별이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그래서 저 별을 좀 아름답게 찍어보자 싶어서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었지만 나중에는 사진기를 사서 밤하늘의 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진을 들고 다니기 시작하다가 풍경사진에 빠지게 됐다. 그렇다가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개최하는 여러 사진대회에서 입선도 하고 이참에 사진기능사 자격증(국가자격증)도 따보자 싶어서 공부해서 사진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그리고 이번에 제가 전시회를 연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는 갤러리 관장이신 석재현 교수께서 소장하고 있는 사진집이 매우 많다. 이 사진집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무료로 오픈돼 있다. 그래서 진료가 없는 날에는 틈틈이 그곳에 가서 유명한 사진작가들의 사진집을 보면서 공부했다. 그렇게 사진예술에 빠져들게 됐다.

 

Q. ‘물방울 속 세상’을 주제로 한 사진에 집중하고 있다.

깔다구(내 자신을 표현한 깔다구)


물방울 속 세상은 자신의 내면이고, 기억이다. 결국 나 자신이기도 하다.

처음 물방울 속 세상을 접했을 때는 마치 그것 자체가 사람의 눈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활동을 했다. 하루는 태극기가 물방울에 반영된 것을 보았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고,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승리의 순간에 멋지게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게 된다. 하지만 어릴 적 기억에는 국기강하식이라고 해 오후 5시가 되면 일제히 사이렌이 울리면서 가던 길도 멈추고 국기에 경례해야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기억들이 엇갈리면서 물방울 속 태극기를 찍게 됐다.

이처럼 물방울 속 작은 이미지를 보려고 유심히 들여다보고, 한참을 보다 보면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저는 그것이 마치 기억의 파편처럼 여겨져서 물방울 속 세상에 집중하고 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각오가 있다면?

사진작가로서 겨우 한 발짝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그다음 발걸음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에 대해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물론 어느 방향으로 가야지 하는 방향성은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말이다.

2~3년 정도 다음 작품 세계관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고, 또 그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서 촬영해야 할 것이다. 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이 해보아야 할 것 같다.

무제015(태극기를 찍었던)


이번 溺(빠져들다) 전시회에 전시한 작품들을 또 여러 기회를 통해 알리는 작업도 함께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에서 느꼈던 점을 보완촬영을 할까 싶기도 하다.

또 개인적으로는 한의사라는 직업과 사진을 어떻게 결부시킬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보편적인 인간으로서의 저는 물방울 속 세상을 여행하고 다니겠지만, 한의사라는 저의 정체성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동료 한의사분들 중에서도 문화예술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한다. 그분들 모두 ‘한의사이니까 이 정도까지만 해도 돼’라는 생각으로 하고 계시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본업은 한의사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 한의계 구성원 모두가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한의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는 분명 이런 분들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제021(다음 작품 세계를 미리 보여드렸던)



 

강준혁 기자 jhkang@akom.org

한의신문 202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