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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박찬원: 사랑한다 루비아나' 사진전

7월 5일까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무료 입장 가능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다음 달 5일까지 '박찬원: 사랑한다 루비아나' 사진전을 선보인다.

 

이번 사진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박찬원 작가는 사진가이자 수채화가, 수필가다. 그는 하루살이·나비·돼지·말 등을 소재로 9번째 동물 사진전을 하고, 20여 회의 수채화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는 최근 한국산문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사진·수채화·수필 모두 동물이 주제다.

 

'루비아나'는 은퇴한 백색 경주마다. 미국에서 5년간 경마에서 뛰었고 은퇴 후에는 씨받이로 우리나라에 팔려왔다. 8마리 새끼를 낳은 다음에는 새끼 낳는 역할마저 끝났다. 이젠 쓸모없는 말로, 안락사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때 박찬원 작가는 늙은 백마를 만났다. 제주도 말 목장에 살면서 말 사진을 찍어오던 그는 루비아나를 처음 본 순간 "찌르르 전율이 느껴졌다"고 한다. 말에게서 작가 자신의 모습을 본 것. 목장주에게 부탁해 자연사할 때까지 백마를 키우기로 했다.

 

이후 루비아나는 박 작가의 친구이자 사진 모델이 됐다. 짧은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박 작가는 루비아나에게서 늙음·죽음·생명의 의미를 발견했다. 조금씩 사라져가는 생명의 담담한 모습을, 자연과 동화돼가는 백마의 시간들을 사진과 글로 남겼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보라가 친다.
다른 말들은 모두 마구간으로 대피시켰다.
언제 죽어도 괜찮은 백마만 덩그러니 혼자 벌판에 남겨져 있다.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이 바람이 매섭다.
바람을 타고 눈덩이가 늙은 말의 뺨을 때린다.
세월에 찌들어 벗겨지고 퇴색해버린 백마의 털과 피부가
흰 눈발, 바람, 구름과 어울려 하나가 된다.
머지않아 새로운 세상을 찾아갈 때는 이런 눈발을 타고 가는가 보다.

박찬원 포토에세이 '사랑한다 루비아나' 중 '눈보라'

 

 

류태욱 기자 dkilbo-uk@naver.com

대경일보 202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