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루모스 윤길중 사진展

화마가 휩쓸고 지난 자리는 처참하다. 뜻하지 않은 재난만 아니었다면 더없이 평온하고 풍족했을 일상이었다. 사진작가 윤길중이 보여주는 지난 4월 강원도 고성·속초의 산불 피해 현장의 모습이다. 산불이 난 뒤 사흘 만에 현장으로 뛰어간 윤씨는 이처럼 안타깝게 소멸된 것들에서 삶의 흔적을 찾는다. 그것들은 ‘불탄 오브제’ 또는 ‘불태운 오브제’로 ‘오브제-소멸과 재생’이라는 주제로 전시되고 있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14일까지.
철거를 앞둔 집과 버려진 낡은 집기, 쓰러진 나무처럼 중심에서 밀려나 방치된 것들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되살리기(재생)’를 작업의 모토로 삼아온 윤씨는 이번엔 화마가 휩쓸고 간 가옥들의 불 탄 오브제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생명을 다한 사물들은 그 어떤 노력으로도 되살릴 수 없는 ‘소멸’의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불에 탄 채 어두운 곳에 방치되어 있는 그릇, 가전제품, 식료품과 같은 것들에서 삶에 대한 연민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윤씨의 작업은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죽은 것 혹은 죽어가는 것들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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