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공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다가오는 전시를 안내드립니다.
배진희 작가의 개인전 《The Decade : The Map That Leads to Us》는 약 20년에 걸쳐 이어져 온 장기 프로젝트 What a Wonderful Day! 연작을 바탕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재구성되는지를 사진으로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작가는 20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에서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의 일상 기록을 시작으로, 10년 후 다시 그들의 현재를 기록하며 관계와 시간의 층위를 축적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사진은 과거의 기억을 고정하는 기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 만난 관계와 끝내 만나지 못한 관계까지 아우르며 현재를 다시 배열하는 하나의 지도처럼 기능합니다. 관객은 이 이미지들을 따라가며 자신의 기억과 시간을 겹쳐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는 2026년 1월 15일 목요일부터 2월 11일 수요일까지 진행되며, 1월 16일 금요일 오후 5시에는 작가와 함께하는 오프닝 행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개요
전시작가 : 배진희 BAE Jinhee
전시제목 : The Decade: The map that leads to us
전시일정 : 2026년 1월 15일(목) - 2026년 2월 11일(수)
작가와 함께하는 전시 오프닝 : 2026년 1월 16일 금요일 17:00
전시장소 :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 5층)
○전시서문
10년이라는 시간은 사람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과거의 이미지는 한 지점에 고정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이 작업은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시간 속에서 관계를 다시 구성하는 하나의 ‘관계적 장(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런던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일상은 개인적인 추억이 아니라, 서로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사회적·문화적 환경의 일부였다.
What a Wonderful Day!는 타지에서 만난 젊은 개인들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기록한 작업이었다. 이후 What a Wonderful Day! After 10 Years는 그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시 마주하는 시도였다. 이 전시는 과거를 회상하기보다, 시간이 관계에 어떤 변화를 남겼는지를 관찰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2016년, 런던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시점부터 나는 다시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들 중 일부를 직접 찾아 현재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런던, 샌디에이고, 오슬로, 아이슬란드, 타이베이, 상하이를 오가는 동안, 만나든 만나지 못하든 우리는 모두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바라보는 경험을 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미 과거의 시간에 머물지 않고, 각자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다시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끝내 만나지 못한 친구들은 작업 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미완의 상태에서 출발한 전시가 What a Wonderful Day! Echoes of Another Decade였다. 이 전시는 전작의 마지막 문장인 “I am still missing you”에서 시작해, 지난 여정에서 도달하지 못한 관계들을 다시 사유하는 자리였다. 일본에서 열린 이 전시는, 아직 만나지 못한 친구들의 고향에서 관계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두는 시도이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며 나는 더 이상 친구들의 삶을 ‘찾아가는 사람’이기보다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과 경험을 가지고 나에게 도착하는 장면을 관찰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졌다. 이 변화는 감정적 회고에서 벗어나, 시간이 관계에 작용하는 방식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이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이번 전시 The Decade : The map that leads to us는 여전히 찾지 못한 친구들을 남겨둔 채 한국이라는 장소에서 발생하는 조우의 가능성을 다룬다. 만남의 성취보다는, 관계가 지속되는 방식과 그 불완전함에 주목하고 이미지들은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연결하는 하나의 지도처럼 기능한다. 이미지는 과거를 고정하지 않고, 현재의 관계를 다시 배열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형성된 시간의 층위들, 그리고 여전히 비어 있는 지점들을 함께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은 이 여정의 종착지가 아니다. 이곳은 여러 갈래의 시간이 잠시 교차하며, 또 다른 방향을 예비하는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