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30일 토요일. 건들바위 부근에 위치한 사진 전문공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리는 전시 연계 세미나에 연사로 초대받았다. 현재 루모스에서는 오는 28일까지 '사진책'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이름하여 '파리-포토 애퍼처 재단 포토북 어워즈 전시'이다. 세계적인 사진 아트페어 '파리-포토'와 미국 사진 재단 '애퍼처 재단'이 함께 선정한 2022 사진책 38종을 선보이는 아시아 순회전이다. 이 수상작들을 대구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고무적인데, 루모스 측은 여기에 더해 대구 기반 사진책 출판사 네 곳을 초대해 연계 전시를 꾸림으로써 '지역 사진책 출판'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행사는 이와 연계된 토크로서 나는 출판사 기획에 대해 발표했다. 그런데 이 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던 이유는, '사월의눈'이 올해부터 구체화한 새로운 기획물인 '지역 총서'에 대해 처음 공개했기 때문이다.
아직 이 지역 총서에 근사한 이름을 짓진 못했지만, 첫 프로젝트에는 착수한 상태다. 그 프로젝트란 '대구'에 관한 사진책이다. 서울을 떠난 8년 차 대구 시민으로서 언젠가는 대구에 관한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 '착수'라는 타이밍이 어쩌다 보니 올해가 되었다. 함께 하는 사진가는 프랑스에서 10년 이상을 사는, 울산 출신의 엄도현 작가로서 그는 사월의눈이 의뢰한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5월 프랑스에서 귀국해 약 열흘간 대구를 촬영해 갔다. 이 지점에서 다수는 물을 것이다. 대구에 관한 사진책인데 왜 대구 기반 사진가를 섭외하지 않는가, 대구에서 활동한 사진가야말로 대구를 가장 잘 알지 않겠는가 등. 어느 한 발표 자리에서 들은 다른 피드백도 떠오른다. "사월의눈은 대구에 있지만 '지역 기반' 출판을 하진 않군요."
지역은 소멸하고,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탈한다며 온갖 '선심성' 청년 정책들이 난무한다. 지역 관광산업을 증진하기 위해 '인공 근대를 개발'한다. 지역 기반 행사 수장은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 그런데 또 지역은 서울의 모든 타자이고 희생양이다. 서울 중심주의는 지역을 쉽게 혐오한다. 지역은 여행 및 휴가와 같은 일상의 일탈에서만 유의미한 공간이자 장소이다. 지역이 소비되는 방식도 흥미로운데 지역만의 '로컬'을 기대하면서도 대도시에서 익숙한 문화와 편의가 공존하길 바란다. 캠핑은 가고 싶은데 '자연'으로의 과감한 진입은 불편하니 글램핑을 선호하는 것과 유사한 심리다.
이러한 수도권 및 지역 관련 담론에 내재된 논리는 지역 대 서울(혹은 수도권)이라는 이분법이며,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 이미지는 고착화된다. 지역이나 서울에 부착된 이미지란 여러 단면 중 하나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특정 지역을 설명할 때 뻔한 수식과 서사를 동원한다.
대구 관련 지역 총서의 첫 협력자로 대구 출신 작가를 초대하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깨달음 때문이다. 사월의눈이 지향하는 지역 총서란 '소재주의'로서의 지역이 아닌, 유동하는 이미지로서의 지역이다. 각 지역은 다른 지역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에 따라 이미지와 서사가 달라진다. 지역으로서의 대구는 서울과의 관계에서 '앓는' 소리를 하지만, 동양 최대 백화점이 소재한 광역시 대구는 경북도 내에선 대도시다. 아직 한 권도 발행하지 않은 이 지역 총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대구'라는 지역명으로 제작될 수 있는 책이 한 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다짐만큼은 확고하다.
지역을 소재화하기 전에 지역성을 탐구하는 것, 그 첫발을 떼었다.
전가경 도서출판 사월의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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