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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나무_보이지 않는 존재
당산나무
당산나무의 내력은 단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단군의 아버지 환웅은 하늘에서 신단수라는 성스러운 나무를 타고 태백산 꼭대기에 내린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게 신이 타고 내린다고 믿은 나무가 바로 당산나무이다. 고조선 사람들은 당산나무(신단수) 아래에서 제를 올리며, 그들의 공동체를 보살펴줄 신령이 내리기를 빌었던 것이다. 본인은 정령의 숲(계림)을 촬영하며 나무의 수종을 조사 하던 중 계림의 묘목 수종들이 회화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 박달나무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정령의 숲의 이미지에서 당산나무로 소재를 옮기게 되었다. 당산나무는 마을 입구(洞口)에 심어져 정월 대보름이면 동제를 올리는 나무로서 신격화된 상징물이다. 마을 입구는 두 개의 다른 세계, 곧 내부세계와 외부세계, 마을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동시에 외부세계에서 들어오는 재앙이나 질병을 차단하는 장소로서, 그 곳을 상징하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이른 봄, 어느 날 해를 등지며 서 있는 오랜 수령의 나무를 보게 되었다. 나무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가지 끝 마다 물이 올라 있었다. 꽃을 피울 수 없지만, 이른 봄 싹을 틔우기 위해 수액을 가지 끝까지 올린 나무. 본인에게는 꽃이 피었다.
본인은 꽃이 핀 나무의 영혼을 표현하고자 오랜 수령의 당산나무를 소재로 선택하였다. 당산나무의 생명력과 존재감, 그리고 신체(神體)로서 신령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른 봄의 시간과 밤을 선택하였다.
정령의 숲
고대인들은 영혼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도 있다고 여겼다. 나무는 거대한 뿌리를 지하로 내리고 하늘의 세계와 지상을 연결 시키는 우주의 거대한 축으로서 삼세계를 연결시켜 새로운 생명들을 탄생시키는 순환의 과정을 거친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고대 신화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숲이 있다.
숲 속의 나무들은 마치 사람과 닮은 듯한 모습에서 영혼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리 지어 있지만, 홀로 자라는 나무들은 나름의 정령을 갖고 있었다.
신화와 역사를 간직한 숲의 나무들은 어둠에서 분리되어 신령스럽고 당당하게 느껴진다. 무성한 잎의 계절을 지나 겨울이 되면 나무는 미묘한 색으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한 몸에서 시작되었지만 서로 다른 형상으로 등을 돌리며 하늘을 향하고 있는 나무는 보는 사람의 시선과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인다.
나무는 마치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나뭇가지가 하늘을 향해 날아 오르듯 느껴지기도한다. 어떤 때는 인간 세상을 굽어보기도 하며, 어떤 때는 우뚝 서 있는 모습에서 힘찬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작업은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세계와 자연의 이치를 숲속의 나무를 통해 신령스러운 강인한 생명력과 조형미를 살리고자 하였다.
나무가 가진 신비감을 표현하려고 어둠이 끝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인공조명을 사용하였다. 인공조명은 주변의 복잡함을 정리하고 나무의 형태를 극대화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