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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lorious Life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 현대사진의 대표 사진작가 왕칭송(王庆松, WANG Qingsong)사진가의 전시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표 석재현)의 기획으로 9월 3일부터 10월 1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와 ‘을 갤러리(대표 김을수)’ 두 공간에서 동시에 열린다. 2014년 대구미술관 기획 2인전(왕칭송, 정연두) 이후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왕칭송 개인전이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는 사진전문 갤러리로 2018년 개관 이후 국내외 주요 작가들을 지역에 소개함과 동시에 지역 젊은 사진가들 지원 기획전시를 해오고 있다. 이번 왕칭송 개인전은 작가 작품의 대형 스케일이 가지는 느낌을 관람객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인접한 현대미술전문 전시공간인 ‘을 갤러리’와 협업하여 전시를 마련하였다.
중국 사진계에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을 접목시켜 중국 현대 사진예술에 반향을 일으킨 왕칭송 작가의 개인전 ‘The Glorious Life’는 스스로의 작업을 ‘사회적 다큐멘터리’라 부르며 중국의 사회현상, 특히 문화대혁명 이후 급격한 경제 개방이 이뤄지고, 세계화와 도시화의 급물살을 탄 소비문화가 중국에 상륙하면서 중국인이 겪게 된 혼란에 주목한다. 날카로운 식견과 직설적인 화법을 다양한 연출과 거대한 스케일을 통해 담아내며 당대의 중국이 겪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의 현실을 초현실적인 사진으로 만들어내어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영역을 확장 시킨 전시이다.
왕칭송은 본래 회화 작업에 몰두했으나 1990년대 후반 사진으로 전향했다. 경제 개방 이후 중국 사회는 빠른 변화를 겪었는데, 이 속도가 너무 빨라 회화로는 포착이 어렵다고 판단하며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해 작업한 왕칭송의 초기 디지털 포토 몽타주 사진은 1990년대전통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러 있던 중국 사진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중국을 대표하는 사진가로 성장한다.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보다는 지속적으로 사회의 현장을 담는 기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가치관은 그의 대표 시리즈인 ‘The Glorious Life’를 탄생하게 했다. 이번 전시명이기도 한 ‘The Glorious Life’는 그가 1997~2018년 진행한 사진작업을 통틀어 지칭한다. 한글로 번역하면 ‘생활 예찬’인데, 화면 속 이야기들은 오히려 자신이 마주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대차게 비꼬는 느낌이다.
예컨대 중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는 〈Follow You〉(2013)와 같은 작업 안에서도 왕칭송은 과거를 대하는 중국인의 자기모순적인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Follow’ 연작은 교육과 지식인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담았다. 과도한 중국 대학입시, 한 번 보고 버리는 책, 공부했지만 남는 것이 없는 지식 등이 소재다. 사진의 뒷 벽에 쓰인 ‘好好学习ㆍ天天向上(열심히 공부하면 나날이 실력이 향상 된다)’등은 실제 교실에 쓰인 문구다. 사회적 문제로 등극한 ‘대학입시’이지만 해결책은 요원하고 학생들은 전쟁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성공을 위해 매진하는, 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중국사회의 단면에서 우리의 모습이 읽힌다.
이렇듯 왕칭송의 작업은 1990년대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겪는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혼란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마오쩌둥의 글을 읽고 자라면서 정치적 사상에 물들고 꿈을 키웠지만, 자본주의 사상이 중국에 들어오면서 그들이 바라보는 이상에 변화를 담아냈다.
현재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1978년 1인당 GDP가 379달러에 불과했고, 농촌 빈곤인구가 2억 5000명에 달한 농업 국가였던 중국의 급격한 변화. 부자가 되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급격하게 퍼지며 드라마틱한 발전을 이뤘지만, 중국에 자문화 중심주의적 사상인 ‘중화사상’을 발생하게 했다. “세계에서 중국이 최고”라 외치는 중국인의 목소리. 하지만 작가는 풍요로워만 보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움을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