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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寫)에서 진(眞)으로>
“사진은 이미 포토그라피((寫)를 품고 있는 단어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진(眞)의 문제이다.”
오늘날의 ‘진(眞)’은 무엇이냐.(박주석)
언주라운드, 루모스, 혜윰은 공동기획으로 <사(寫)에서 진(眞)으로>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사진컬렉션 지평’의 협력으로 한국사진학의 개척자 신낙균, 한국인 최초로 개인사진전람회를 개최한 정해창을 비롯한 현일영, 임응식, 김한용, 민충식 등 22명의 작가 총 50점의 빈티지 프린트, 오리지널 프린트를 국내에 처음 공개한다.
이번 기획은 박주석 교수(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의 새로운 저서 <한국사진사>(문학동네, 2021년 11월 출간)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자, 한국사진사의 역사를 돌아보며 오늘날 우리에게 ‘진(眞)’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이다. 박주석 교수는 한국사진의 아키비스트이자 전시기획자로 활동해온 학자로 우리나라의 사진 도입에서부터 현대미술의 중심에 선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진의 역사를 총망라한 <한국사진사>를 통해 ‘진’을 ‘사’하는 전통과 철학을 이을 것을 주문한다.
사진은 베낀다는 뜻의 사(寫)와 참된 모습이라는 진((眞)의 결합어이다. 박주석은 사진을 동양미술의 전신사조 미학과 연결짓고, 고려시대의 이기이원론, 조선 후기 사실주의 정신에서 온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은 이미 포토그라피(寫)를 품고 있는 단어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진(眞)의 문제이다.” 오늘날의 ‘진(眞)’은 무엇이냐.(박주석)라고 묻고 있다. 전시명 <사(寫)에서 진(眞)으로>는 이런 박주석의 주장과 사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국사진은 21세기의 문턱에 들어서서 지난 세기의 어떤 시대에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진이 예술 담론의 중심으로 다뤄지고 실제 전시나 출판의 영역에서도 다른 매체에 비해 압도적인 양으로 등장하는 미술계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겠고, 1980년대 이후 한국사진의 역량이 대폭 강화된 측면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겠다. 이런 현상은 분명 한국사진에는 하나의 기회이며 동시에 압박이기도 하다(중략) 디지털을 넘어 AI 시대의 환경 속에 한국사진은 서 있고, 미래의 문화를 주도할 책임이 주어졌다. 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한국사진사 536-537쪽)
이번 전시는 박주석 교수가 <사진컬렉션 지평>(Jipyung Collection)을 통해 소환한 22명의 작가를 통해 한국사진계의 숙제로 남겨진 진(眞)의 문제를 함께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 오르길 권유한다.
<사진컬렉션 지평>은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에서 만들어졌고, 역사적, 미학적, 사회적 가치를 갖고 있는 1,300여 점의 빈티지 및 오리지널 사진 작품과 150여점의 일제시기 유리원판으로 구성한 컬렉션이다. 컬렉션의 구성은 한국사진사 연구를 처음 개척했고 기본 사료를 모아 정리한 고 최인진(故 崔仁辰, 1941~2016)선생의 수집품 800여 점을 기본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에 명지대학교 박주석 교수가 한국사진 연구 중 수집한 700여 점의 빈티지 및 오리지널 프린트를 더해서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50여 점의 작품은 고 최인진(故 崔仁辰, 1941~2016)선생과 박주석 교수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컬렉션 지평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사건’의 주역인 신낙균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학 학자이기도 하며 교육자였다. 이번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한 ‘무희 최승희’ 외에 자화상을 통해 작가로서 미학적 가능성을 넓힌 점에 주목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 개인전람회를 개최한 정해창의 사진미학을 통해 독자적인 한국적 작품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며, 탄광을 소재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테마로 삼아 만든 임석제, 생활주의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기치로 내세운 임응식 등을 만난다. 한국사진의 주류로 급부상한 ‘생활주의리얼리즘 사진’은 작가의 자기모순과 공모전용 걸작 사진의 범람, 뜻밖의 획일화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당대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 이형록을 필두로 한 ‘싸롱 아루스’의 회원이기도 했던 이상규 김행오 등의 작품을 통해 생활주의리얼리즘 사진의 형식적 한계를 벗어나 조형성을 강화시킨 사진들도 만날 수 있다.
작가주의 사진가 부운 현일영은 당대에는 참다운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번 소환을 통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기대한다. 이외에도 예술사진의 유행과 사회주의리얼리즘 사진, 살롱사진, 생활주의리얼리즘 등의 조류와 함께 활발하게 활동했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사진사>의 출간은 <한국사진역사전>(1998), 최인진의 <한국사진사 1631-1945>(1999)년 이후 20여년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한국사진사>는 한국 사진의 역사고 곧 한국 근현대사가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앞으로 이 저서와 출간기념전을 계기로 한국사진사와 사진계의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