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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Frank:Books and Films, 1947-2018
Art Space LUMOS의 네 번째 기획전시
과연 죽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죽음’은 인류가 사유를 할 수 있게 됐을 무렵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화두였다.
이 세상의 모든 문명과 사회, 철학, 그리고 종교의 시작점에 맞물리는 것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과학만능’ 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는 21세기의 현대과학도,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선명하게 결론 짓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자신보다 연장자의 ‘죽음’을 언급하는 독특한 어휘가 있다. 바로 ‘돌아가셨다.’ 라는 표현이다. 그 말을 참참이 곱씹어 보면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다는 전제가 있기에 ‘어디로 돌아간다’는 것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삶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죽음 이후에 존재하는 공간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다.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진실. 그 자체로 모든 것의 종말이라 할 수 있는 삶의 진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유난히 자신만의 주관적인 견해를 많이 개입시킨다. 박찬호 역시 돌아갈 귀(歸)라는 단어를 통해 자신만의 잣대로,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죽음에 천착하고 있다.
박찬호는 ‘돌아가셨다’라는 한국적 표현과 자신이 경험했던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두 가지 프레임으로 ‘죽음’에 다가서고 있다. 박찬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하라면 ‘낯설다’라는 단어가 적확한 듯하다. 낯설음의 연유는 박찬호의 작품 대부분이 형식적으로 좋은 사진을 규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프레임, 세상 오롯이 자신의 관심만 존재하는 듯한 선택적 포커스, 거친 입자가 드러내는 세찬 에너지까지. ‘죽음’이라는 강렬한 주제와 별개인 듯 전혀 의도되지 않은 구성에 의아했고, 또 한 편으로는 그가 집중하고 포착해 낸 화면에 버티고 선 깊은 울림이 놀라웠다. 박찬호는 무려 십여 년에 걸쳐 ‘죽음’과 관련된 한국의 전통 제의와 장례 문화에 대해 끊임없는 연작을 생산해 내고 있다. 죽음과 연결된 하늘, 삶과 연결된 땅, 그리고 그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과 신당, 유교식 제의, 훌륭한 큰 스님들의 다비식까지 죽음을 화두로 한 모든 장소에 그의 카메라가 있었다. 유구한 세월을 면면히 이어온 한국의 전통 제의와 장례 문화를 밀도 있게 담은 그의 다큐멘터리 작업들은 향토성과 역사성을 갖춘 한국 전통 문화의 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박찬호의 작업은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한국 전통 제의가 지닌 현대적 가치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죽음과 돌아감에 대한 진지한 성찰, 이 세상을 살다 떠나는 이와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애절함이 스며든 작품들은 작가만의 내러티브를 담고 있는 독특한 시각 언어로 우리 곁에 머문다. ‘죽음’이란 한 생명체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회복될 수 없는 상태라 학자들은 정의를 내린다. 하지만 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기에 편지의 추신처럼 단서를 붙이곤 한다.
삶이란 무엇인가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죽음에 대한 완전한 해답도 없다는 것을. 박찬호는 그런 ‘삶’을 그리고 ‘죽음’을 작품을 통해 진지하게 사유하고 있는 것이다.